반값 등록금, 가정상비약 슈퍼 판매, 저축은행 수사, KBS 수신료 인하…. 컨트롤 타워 없이 국정운영이 난맥상을 겪고 있는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권의 느닷없는 문제제기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 반값 등록금 문제는 당정 간, 당청 간, 여권 내부, 여야 간에 혼선과 혼란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은 23일 오후 향후 3년간 6조8000억원을 투입해 명목 등록금을 30% 이상 내리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교육과학기술부와 기획재정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조정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가정상비약의 슈퍼마켓 판매를 추진해온 보건복지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통일된 정책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면서 혼선과 대립이 극대화됐다. 문제는 궁극적인 조정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도 이 같은 정책 혼선을 지적만 할 뿐 뚜렷한 조정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결국 “정부가 소극적으로 비친 것은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복지부가 의약품 재분류와 약사법 개정이라는 ‘카드’를 꺼내 가정상비약 슈퍼 판매를 다시 추진하고 있지만 의약계 간 이해관계 다툼으로 여전히 어수선한 상황이다. 약사법 개정을 통한 종합감기약 등의 슈퍼 판매가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저축은행 관련 수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한심한 수준에 이르렀다. 검찰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23일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의원 282명 명의로 ‘저축은행 비리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조사범위에 가장 민감한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 부분이 빠져 들춰봐야 유리할 게 없어 의도적으로 제외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법개혁을 해보겠다고 야심차게 나섰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처음 법원 개혁을 해보겠다더니 엉뚱하게 검찰 중앙수사부 존폐논란을 일으키고는 슬그머니 꼬리를 뺐다. 막판에 수사권 조정 논의로 검찰과 경찰 싸움만 붙이더니 지금은 검찰이 사개특위 위원 후원회 계좌 추적으로 압박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키는 중이다.

KBS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정책적 혼선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행 2500원에서 1000원 인상하는 안을 두고도 정치권의 갈등과 혼선은 도를 넘어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수신료 인상안을 오는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지난 22일 합의했으나 민주당이 하루 만인 23일 이 합의를 파기했다.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에 밀려 여당과의 합의를 뒤집은 것이다.

노성열·김충남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