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정부가 대학등록금 인하 방안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지만 ‘국정 컨트롤타워’로서 청와대의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 반대, 가정상비약 슈퍼 판매, 검·경 수사권 갈등 조정 등 최근 굵직한 현안들을 주도적으로 정리하던 모습과도 사뭇 다르다.

한나라당이 교육과학기술부 및 기획재정부와 등록금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청와대는 빠져 있었다. 부처로부터 보고는 받았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처음 등록금 문제를 제기할 때도 그랬고, 23일 자체 방안을 발표하기 전에도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은 없었다. 청와대가 한나라당 발표에 아쉬움을 표시한 것도 공감대 형성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중심을 잡지 못해 등록금 논의가 불필요한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임기말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한 공직기강 확립에 치중해 있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국정 현안의 해결사가 손을 놓고 있으니 정리가 안 된다는 얘기다.

청와대도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두우 홍보수석은 등록금 문제를 ‘고차원적인 방정식’에 비유하면서 “여당 대표 입장도 있고, 야당 대표와의 회담도 예정돼 있어서 풀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또 자체 방안을 발표한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이 문제를 먼저 제기했고, 대안을 내놓고 싶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이해를 표시했다.

청와대가 고민하는 방정식에는 여당과 야당의 입장, 국민정서, 정부의 재정 능력이라는 변수들이 들어 있다. 재정을 감안하면, 한나라당 방안도 버거운 상황에서 ‘반값 등록금’ 전면 시행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내놓을 요구사항은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기대 수준이 높아진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만난 뒤 청와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산편성권이 정부에 있는 만큼 최종 결정권은 결국 청와대의 몫이란 이유에서다. 23일 저녁 당·정·청 8일 회의에서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당이 발표한 대책의 배경과 방향에는 공감하고, 정부가 보다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서 당과 협의해 추진해 나간다”고 합의한 대목도 청와대의 주도적인 역할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