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오는 29일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하는 등 ‘재계 압박’을 가속화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은 “경제문제를 정치논리로 접근할 경우 문제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노사문제는 노사간 자율적인 대화를 존중하되, 문제가 있으면 정해진 행정절차나 법적절차로 해결해야 한다”며 “정치권이 단일 기업의 노사문제를 청문회장으로 끌고갈 경우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김동원(경영학) 고려대 교수는 23일 “원칙적으로 민간 기업의 문제에 국회가 개입하는 것은 자율적 노사관계 원칙에 어긋난다”며 “국회가 개입해 문제를 풀면 자율해결 능력이 떨어지고 추후 많은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번 선례를 남기면 정치권이 (민간기업 노사관계에) 계속 개입해야 한다”며 “자칫 자체 협상을 냉각시키는‘냉각 효과’와 계속 이렇게 해결하려는 ‘중독 효과’만 가져올 우려가 크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개입하지 않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출신의 현정택(국제통상학·무역위원회 위원장) 인하대 교수도 “KDI나 무역위원회 일을 할 때도 정치권에서 나서면 아무래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가 있더라”며 “국회에서 나서면 고용노동부 등에서 판단을 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국회가 나서기 시작하면 논란이 있는 다른 기업 사태에도 모두 개입할 것이냐”며 “국회가 당장 눈앞의 ‘표’ 때문에 경제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치권의 한진중공업 노사문제 개입에 대한 경영계 입장’이란 자료를 통해 국회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경총은 “정치권의 무분별한 현장개입은 노사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한 자율적 해결에 장애물로 작용할 뿐”이라며 “22일 국회 환노위의 결정은 최근 계속되고 있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행태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민간영역에 대한 정치권의 무분별한 개입을 초래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역시 청문회 개최에 유감을 표명한 후 “국회가 개별 기업의 노사문제에까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런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면서 “한진중공업 문제는 노사 당사자의 자율적이고 성실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