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파업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사태가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사태는 지난해 12월 회사 측이 생산직 직원 400명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한 회사 측은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불가피하다”며 노동조합 측에 구조조정을 통보했고 노조는 20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 2월 희망퇴직자 등을 제외한 170여명이 정리해고 됐으며 영도조선소 등 공장 3곳이 폐쇄됐다.

이 과정에서 7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영도조선소의 독은 텅 비었고 현재 수주잔량은 4척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파업으로 이미 지난 연말까지 인도됐어야 할 선박들이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하지 못해 묶여 있는 상황이며 척당 하루 최대 3만달러씩 위약금을 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한진중공업 노사는 향후 대책 등을 마련하지 못한 채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회사 측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으며 노조 측 파업으로 현재 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조 측은 회사가 2009년부터 의도적으로 수주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현재도 수주를 위해 뛰고 있지만 선주들이 ‘파업으로 납기를 맞출 수 있겠느냐’며 발주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파업으로 선박건조 지체로 인한 지연배상금과 금융 손해 등을 합쳐 지난 3월 말 기준 158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2009년까지 많은 이익을 낸 회사가 경영난 때문에 정리해고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며 수주물량을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에 몰아주고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주변에서는 파업 사태가 앞으로 2~3개월 더 지속될 경우 조선소 폐업은 물론 협력업체 파산, 근로자 대량해고 사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