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개별 기업의 노사분규 사태를 둘러싸고 해당 기업 회장 등 경영진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열기로 해 과잉 대응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여야는 최근 감세 철회와 ‘반값등록금’ 정책을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라고 비판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29일 열리는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공청회’에 출석시키기로 해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관련기사 3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29일 ‘한진중공업 경영상 해고 및 노사관계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청문회’를 열기로 22일 결정했다.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 자리에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이재용 사장,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최우영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사무장 등 4명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환노위는 이날 전체회의에 한진중공업측에서 조 회장이 불참하는 대신 이 사장을 참석시키기로 하자 입장을 바꿔 전격적으로 청문회 실시 방침을 결정했다.

또 지식경제위원회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29일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공청회’에 출석시키기로 했다. 전날 허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감세 철회와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 등이 “허 회장을 국회에 출석시켜 동반성장 정책에 대한 청문회를 해보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정치권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학계 등 전문가 그룹에서는 현안이 생길 때마다 일단 기업 총수나 재계 대표를 불러놓고 보자는 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욱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권이 개입할 경우 시장경제 논리가 아닌 정쟁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어 문제를 오히려 왜곡,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2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경우 의회가 청문회를 실시할 때는 입법청문회, 인사청문회, 감사청문회, 조사청문회 등 4가지 청문회 성격에 맞춰 요건을 엄격히 지킨다”며 “한국 국회는 이 같은 원칙이 모호하기 때문에 자칫 감성적 접근을 하면서 ‘국회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안이 생길 때마다 일단 기업 총수나 재계 대표를 불러놓고 보자는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아무리 국회라고 해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없으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범(경제학) 한성대 교수도 “국회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포퓰리즘으로 나가는 것 같다”며 “의원들 입장에서는 크레인 시위 등이 연일 온라인을 통해 화제가 되니까 압박을 받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