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 총장은 헌법재판관 임기를 1년8개월 남긴 상황에서 동국대 총장에 선임됐다. 이 때문에 법적 안정성을 훼손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그때 만난 스님들이 말씀했습니다.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고요. 불자인 저와 대학과 불교 3자 사이에 딱 맞아떨어지는 인연이라는 것입니다. 재판관 임기가 1년8개월이나 남았지만… 교육이란 게 남은 헌법재판관 임기를 채우는 것보다 더 큰 보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임기 도중 떠난 것이) 늘 맘에 남아 있습니다.”

―흔히 개신교에 비교해 불교가 덜 배타적이란 평가를 하는데.

“포용력이 불교의 속성이기도 하고요, 글쎄… 종교가 발생한 바탕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불교는 복잡한 사상이 넘치던 인도라는 무대 한가운데서 나왔고, 그래서 더 포용을 강조하는 수밖에 없고. 기독교는 포교가 어려웠던 시대상황에서 박해에 저항하며 나온 것이어서 아무래도…. 하지만 평화와 자비라는 공통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김 총장은 깊은 불심의 소유자일 뿐 아니라 불교철학적 지식도 해박하다. 김 총장이 생각하는 불교는 어떤 종교일까. “화쟁(和諍)적인 모순 속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불교의 원리입니다. 지금 여기 파도가 일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잔잔한 물이고 어디까지 거친 파도인가. 시간이 흐르고 뒤집어지면 물이 파도가 되고 파도는 물이 됩니다. 파도가 악이라면 물도 역시 그런 겁니다.…”

김 총장은 불교는 배타적일 수 없고 평화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불교는 이웃과 나라와 온인류가 함께 가도록 만드는 대승(大乘)을 토대로 하며, 대학의 경영도 그런 원리를 바탕으로 할 것이라고 힘을 주었다.

김 총장은 매일 서울 강남 삼성동의 한 사찰에 들른다. 지난 1984년 지금의 거주지로 이사온 이후 시작한 버릇이 무려 27년간이나 유지되고 있다.

“매일 아침 5시30분에 절을 한 바퀴 돌고 법당에 앉았다가 옵니다.” 고승들로부터 수계를 받아 ‘불이(不二)’, ‘태허(太虛)’ 등 법명도 갖고 있다. 이쯤 되면 불교는 그에게 종교적 대상이라기보다는 삶 그 자체다.

▲1948년생 ▲경북고 졸 ▲동국대 법학과 졸 ▲동국대 대학원 법학과 졸(석·박사) ▲부산·서울지검 검사 ▲대전지검장 ▲법무부 차관 ▲헌법재판관 ▲동국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