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공습을 이끌고 있는 미국과 프랑스가 반정부시위대의 거점도시 벵가지에 잇달아 특사, 대사를 파견하는 등 ‘포스트 카다피’체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0일 미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이르면 다음주 중 아랍지역 전문 외교관인 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를 특사 자격으로 벵가지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스티븐스 특사는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등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유창한 아랍어 구사 실력을 가지고 있다.

스티븐스 특사는 벵가지에서 반정부진영의 과도정부기구인 ‘국가위원회’와 접촉해 협력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임무는 반정부인사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이들이 과연 누구이며,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진정한 민주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 수집이 스티븐스 특사의 진짜 방문 목적이란 것이다. 이집트, 바레인, 튀니지 대사를 지냈던 로버트 펠트로는 “매우 힘든 이 일을 해내기 위해선 아랍세계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스티븐스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프랑스도 아랍어에 능통한 외교관 앙투안 시방을 벵가지 주재 대사로 파견했다. AFP통신은 시방이 이미 지난 27일 파리를 출발해 이집트를 거쳐 곧 벵가지에 도착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사 파견은 프랑스 정부가 세계 최초로 ‘국가위원회’를 리비아 정통 정부주체로 인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국가위원회’를 정부로 인정한 나라는 프랑스와 카타르뿐이다. 불가리아 외교부도 30일 벵가지에서 영사업무를 재개한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국가위원회를 정부로 인정하기 위한 조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리비아 대사관의 외교관 5명을 추방했다. 30일 윌리엄 헤이그 외교장관은 하원에서 “오늘 리비아 외교관 5명을 추방했다”며 “영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고했다. 추방된 5명은 대사관 내에서도 친카다피 강경파로 알려진 인물들이며, 이 중 무관 1명은 영국 내 반카다피 활동가들을 위협한 적이 있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