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에서 유아(생후 12개월 미만)에 대한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일본 도쿄(東京)에서는 젖먹이 아기를 둔 ‘젊은 엄마들’이 병입 생수를 사재기 하는 등 생수 확보전이 벌어졌다. 또 유아와 미취학 어린이들을 위탁받는 보육원에서도 긴급히 수돗물을 대체할 식수를 구하는 등 일대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24일 오전 도쿄 신주쿠(新宿)의 한 슈퍼마켓 음료 판매대는 유독 병입 생수 진열대만 텅 비어 있었다. 진열대에는 일부 값비싼 수입 생수만 몇 병 남아 있었고 100엔 내외의 값싼 일본 생수는 이미 창고의 재고까지 바닥난 상태였던 것이다. 이 슈퍼마켓 관계자는 “전날 오후부터 젊은 여성들이 생수를 한꺼번에 10여병씩 구입해 가기 시작해 결국 재고가 동이 났다”며 “수돗물이 방사능에 오염돼 아기에게 먹일 분유에 쓰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편의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병입 생수를 구입하러 온 한 여성은 “생수가 없어 대신 녹차나 보리차를 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는 23일 도쿄 수도국이 관내의 가나마치(金町) 정수장에서 채취한 수돗물에서 유아의 음용 기준의 2배에 달하는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직후의 일이다.

일부 보육원의 움직임도 급박했다. 수돗물 오염에 대한 당국의 발표 직후 치요다(千代田)구의 한 구립 보육원은 ‘아이들 간식에 사용하는 식수로 병입 보리차를 확보하겠다’는 긴급 공지문을 내걸기도 했다.

이번 수돗물 방사능 오염 수치는 성인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병원균에 오염된 물의 경우 가스레인지 등에 끓이면 소독이 가능하지만,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 물은 가정용 정수기나 열에 의한 소독으로도 오염 물질 제거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성인 소비자들도 수돗물 오염 장기화에 따른 방사성 물질 체내 축적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병입 생수에 대한 사재기 조짐이 보이자 도쿄의 일부 대형 마트에서는 생수 판매량을 1인당 4ℓ 정도로 제한하는 등 원활한 생수 공급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생수와 대체 음료 등에 대한 사재기 현상을 우려한 일본 농림수산성은 이날 생수 등 음료수 생산 업체에 생산물량 확대를 요청했지만, 생산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아의 수돗물 음용 자제를 당부한 도쿄 당국은 “장기간 섭취하지 않으면 건강에 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사태를 진정시키고 있다.

도쿄 = 박준희특파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