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충북 음성군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삼성사회봉사단의 지원을 받은 한 교사가 이주여성들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음성 = 김연수기자 nyskim@munhwa.com

동반성장과 상생(相生)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진화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은 물론, 공기업들에 이르기까지 사회적기업 설립 및 지원활동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5만5000개가 넘는 사회적기업이 포진해 있는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더불어 사는 사회’ 실현을 위해 사회적기업의 증가는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문화일보는 ‘사회적기업, 희망을 키운다’ 특별기획을 통해 사회적기업 양성을 위한 각 경제주체들의 노력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일반 직장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그녀의 월급은 사실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화사해 보였다. 무엇보다 안정된 직장이 생겼다는 것이 그녀에게 “이제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것 같았다.

지난 2007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팜티프엉(33)씨. 베트남대학 졸업 후 한국계 기업에서 일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사랑을 했고, 그 남편을 믿고 한국에 왔다. 그러나 한국은 여느 결혼 이주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살갑게 맞아주지 않았다.

“(베트남이)한국보다 선진국이 아니니까, 한국말 못 알아들으니까 무시하는 게 있었어요.” 담담하게 얘기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다른 선진국에서 인종차별을 겪었다며 울분을 토하는 우리들의 얼굴이 오버랩됐다.

그런 팜티프엉씨의 삶은 삼성그룹이 세운 사회적기업 ‘㈔글로벌투게더음성’을 만난 뒤 바뀌기 시작했다. 충북 음성군 음성읍 글로벌투게더음성 사무실에는 그녀의 자리가 있다. 이 회사가 베트남 이주여성들의 통역 및 상담역으로 그녀를 정식 채용한 것이다. 팜티프엉씨는 “운전면허도 있고, 컴퓨터도 다룰 줄 아는 점을 인정받은 것 같다”며 “내년에는 대학원에도 등록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운영하는 글로벌투게더음성은 결혼 이주 외국 여성들을 위한 교육사업 등을 영위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지난 2일 문을 열었다. 모두 570여명의 이주 여성들이 이곳에서 한국어 등을 교육받고 있다. 베트남과 중국인부터 일본, 태국, 카자흐스탄, 이집트 등 국적도 다양하다.

이주여성 지원 기관들이 많은데도, 글로벌투게더음성이 유독 주목받는 것은 이주 여성들을 당당한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취업과 창업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비누 제조와 커피 바리스타, 요리교실, 홈패션 등 실제 창업 및 취업이 가능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입국한 루엔티 후엔느(26·베트남)씨와 2009년 한국에 온 루엔티 프엉랍(24)씨, 지난해 입국한 쁘이투항(27)씨와 응오티리닌(29)씨 모두 커피 바리스타 교육과 요리강습을 받고 있다. 그녀들은 커피 바리스타나 요리사, 공방사장 등의 꿈을 꾸며 한국어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이 같은 차별화된 프로그램은 정부와 삼성의 든든한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글로벌투게더음성은 삼성의 출연금과 국비 지원금 등 연간 8억원 가량을 사업비로 쓰고 있다. 삼성은 오는 2013년까지 모두 200억원을 투입해 모두 7개의 사회적기업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소진원 글로벌투게더음성 센터장은 “충북 음성은 수도권과 가깝고 공장이 밀집해 있는 탓에 주민의 6.5%가 다문화 가정”이라며 “음성읍에 이어 인근 금왕읍에도 곧 2호점을 개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기도 높다. 취재진이 찾은 22일에도 지난 2월 입국한 마리테스 다들라(20·필리핀)씨가 남편과 함께 입학상담을 하고 있었다. 남편 임현순씨는 “한국어와 취업교육을 같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글로벌투게더음성은 조만간 설립될 2호점에 카페테리아와 천연비누 공방 등 매장을 만들어 실제 창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음성군청에도 편의점을 만들어 교육을 받은 이주 여성들이 실제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소 센터장은 “요양보호사 자격증 과정도 만들어 인근에 들어설 노인요양원에 요양보호사로도 취업시킬 계획”이라며 “최종적으로는 다문화 가정이 주체가 된 전국적인 창업 프렌차이즈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음성 = 임대환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