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때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대북 포용정책의 일환으로 북한에 제공해온 식량차관의 상환이 내년 6월부터 시작돼야 하지만 상환 절차나 미상환시 제재조치 등에 대한 남북간 합의가 없어 북한이 불이행할 경우 회수대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2000년 대북차관으로 제공한 쌀과 옥수수 50만t 비용 1057억원 가운데 첫 상환시기가 내년 6월에 도래하며 첫 상환액은 583만달러(약 65억원)”라면서 “내년부터 대북 차관 상환액이 수출입은행을 통해 남북협력기금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해 상환 예정액을 이미 수입 예산안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정상회담후 쌀·옥수수 50만t을 차관 형식으로 제공한 이후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까지 대북 식량차관은 10년 거치 20년 상환, 연리 1%의 조건으로 연간 40만~50만t씩 북측에 제공됐다. 총 규모는 쌀 240만t과 옥수수 20만t으로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된 액수는 총 8872억원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그러나 북한에 식량차관을 제공할 때 북한이 상환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실제 상환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당연히 상환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그때 가서 방안을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 대북 식량차관을 어떻게 돌려받을지에 대한 정부내 합의도 없고 북한과 어떻게 협상해야 하는지도 전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들은 외화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현물로 상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하고 있지만 북측이 차관 상환에 불응할 경우 부실채권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때의 고위당국자는 23일 “남북관계가 좋고, 또 우리 쌀이 남아돌 때 대북 쌀차관이 결정되어 줄 때 받을 생각을 하고 준 것 같지 않다”면서 “북한이 못주겠다고 하면 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