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8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구제역 상황 수습 후 깨끗이 물러나겠다”며 사실상 사의를 표명하자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한나라당내 계파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는 휘발성 강한 사안의 성격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청와대는 당혹해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은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유 장관의 진의와 사태 추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그러나 전국적으로 번져가고 있는 구제역 파문에 대한 유 장관 문책 여론에 대해서는 100% 수긍하기는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 장관 비판여론과 한나라당내에서도 제기되는 문책론이 부담이긴 하지만, 초기 방역실패와 이후 구제역 확산에 대한 대책 미흡, 수백만마리 소·돼지 살처분에 대한 책임을 유 장관 혼자에게 묻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상 최악의 구제역이 확산된 데 대해 유 장관의 사표를 당장 수리할 정도로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설령 사태 수습 후에 유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더라도 아마 이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참모는 “인사에 관련된 사안은 이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라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 대통령이 한번 믿고 맡겼던 장관이나 참모에 대해서는 함부로 바꾸지 않는 스타일 아니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친박(박근혜)계 출신의 유 장관이 결국 물러나게 될 경우 한나라당에 몰고올 정치적 파장에 대해서도 긴장하고 있다.

유 장관은 친정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따가운 비판을 받아왔는데 공교롭게 친이(이명박)계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서 유 장관 자진사퇴론이 친이계가 친박계를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