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 발생 6개월(9월26일)을 앞두고 해군이 그동안 미래 비전으로 삼았던 ‘대양해군’이란 용어를 더 이상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김영삼 정부 이후 지난 15년간 미래전에 대비한 ‘대형화’와 ‘첨단화’에 초점을 맞춰온 해군의 전력 운용 및 군사전략의 방향이 ‘대북 억제력 강화’로 바뀐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최근 “당분간 ‘대양해군’과 ‘첨단전력 건설’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지침을 각 예하부대에 전파한 것으로 15일 문화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해군의 전력 운용 방향을 추상적 미래전 대비에서 구체적 영토 수호로 대폭 선회한 것이다.

‘대양해군’은 연근해뿐 아니라 대양에서도 국가 이익을 수호하고 국가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작전 능력을 갖춘 해군이란 뜻으로 1995년 4월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돼왔다.

15일 복수의 해군 관계자들은 김 총장의 이 같은 지침 내용을 확인해줬다. 이들 관계자는 “해군은 서해에서 천안함이 침몰한 마당에 추상적인 개념의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데다, 현실적으로 ‘눈앞의 적’을 염두에 둔 대비부터 충실히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자 김 총장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군의 이 같은 전략적 전환은 군 전력 증강 방안이 대형·첨단 함정이나 무기 도입 등 미래전 대비 중심에서 ‘현실적 위협’ 중심으로 대폭 수정된 것으로도 풀이돼 주목된다.

해군은 ‘대양해군’ 용어 사용 중단 조치와 함께 북한 잠수함에 대비한 전력 운용과 훈련시스템도 강화했다. 특히 서해의 경우 함정 2대가 1개조를 이뤄 경비태세를 유지하는 ‘탐색공격단대(Search & Attack Units·SAU)’를 운영하기로 했다.

해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총장이 지휘서신을 통해 ‘더 외롭고, 더 힘들고, 더 바쁘고, 더 재미없고, 더 고민이 많을 현실을 기꺼이 수용해야 하며 그것이 장성의 길’이라면서 ‘진정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