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전문가를 국방부에 배치하는 ‘군의 문민화’는 이번에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민군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고, 현 정부에서도 그런 방침은 유지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가 3일 제안한 군의 문민화 방안은 민간 전문가의 활용을 증대하고, 행정고시 출신 고위 공무원의 국방부 배치를 늘리는 방식이다.

국방부에 군인이 너무 많으면 군과 협조는 잘되겠지만 군에 대한 통제나 관리, 감독이 소홀해지는 측면이 많다는 것이 안보총괄회의의 기본 인식이다. 과거에도 이런 시도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노무현 정부 시절 윤광웅 당시 국방부장관이 군의 문민화를 밀어붙이면서 민간 공무원 수가 늘어나고 입지도 강화됐지만 보이지 않는 갈등은 여전했다. 군인들이 주요 고위직을 차지하면서 민간 공무원의 고위직 승진 기회를 사실상 봉쇄했기 때문이다.

민간 공무원 1·2세대의 국방부 정착 과정을 보면 과거 국방부에서 민간 공무원이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가늠할 수 있다. 현재 행정고시 출신 국방부 민간 공무원 가운데 최고위직은 행시 23회인 김광우 기획예산관(국장)이다. 다른 부처라면 차관급 기수이지만 여전히 국장에 머물고 있다. 행시 합격 후 국방부를 선택한 김 국장은 15년 동안이나 사무관에 머물렀다. 현재 국방부 실장 자리에도 일부 민간인이 있지만 외부 인사다.

우주하 기획조정실장은 행시 22회로 재정경제부 출신이고, 홍규덕 국방개혁실장은 숙명여대 교수 출신이다. 국방정책실장, 인사복지실장, 전력자원관리실장은 예편한 예비역 장성들의 몫이다. 행시 39회인 유균혜 대변인실 정책홍보과장은 동기생 5명과 함께 국방부에 들어왔지만 유 과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방부를 떠났다.

이 때문에 국방부장관을 민간인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군의 민간 통제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부처 장관을 민간 출신으로 앉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의 사기 등을 감안해 현재 차관에는 민간 출신이 배치됐지만 민간인 장관이 임명된 예는 없다.

민간인 장관은 군의 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보총괄회의는 이날 대통령 보고에서도 각 군의 자군 중심주의 극복과 합동성 강화를 중요 과제로 제시했다. 군의 폐쇄성에 대한 경고를 위해서라도 민간인 장관의 등용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