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북에도 불구, 31일 예정대로 대북 금융제재를 발표하기로 하는 등 ‘압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지난 25∼27일 방북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서 미국 내 유화파 목소리도 작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향후 국면 변화 가능성에도 대비, 지난 26일 정책평가회의를 열고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30일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 가능성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도 미국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 접근법 검토에 들어갔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안 맞는 보도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에는 항상 강경파와 온건파가 존재하지만, 아직까지도 온건파가 소수이며 한·미 공조는 유효하다는 게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미국이 예정대로 31일 추가적인 대북 금융제재를 발표하고, 제재대상 명단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여전히 ‘압박’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방증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미국이 제재를 발표하는데, 정책 변화가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유화파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결과가 온건파 입지를 더욱 좁혔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입장변화가 없고, 카터 전 대통령이 별다른 성과 없이 북한에 갔다가 돌아왔으니 온건파도 당분간 목소리를 내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한반도 정세 변화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 다양한 정책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 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일부 지적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8월 초 대북정책 평가회의를 소집했고, 이 자리에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는 사실은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외부 전문가를 초청, 대북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같은날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수해지원을 북한에 제의했다.

외교 소식통은 “일부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대로 인도적 지원은 지금보다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면서 “향후 쌀 등 식량지원 문제 등도 논의됐다”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