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 임진강가에서 한 어부가 갓 잡은 황복을 들어보이고 있다. 파주 = 곽성호기자

11세기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가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搏死食河豚)”며 극찬한 복어요리. 그 복어 중에서도 가장 맛있다는 황복은 진달래가 지고 철쭉이 피는 이맘때면 산란을 위해 경기 파주시 임진강 등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이때 잡은 황복이 향이 좋고 가장 감칠맛이 난다. 지난 16일 오후 황복의 주산지인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 임진강변을 찾았다. 어업면허를 가진 어부들이 황복을 잡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바쁘게 그물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파주=김형운기자 hwkim@munhwa.com

임진강 명물인 황복은 보통 4월 중순부터 서해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오기 시작해 5월 초 하루 400~500마리가 잡히는 등 풍어를 이룬다.

바다에서 2~3년 동안 길이 25~30㎝로 자라는 황복은 봄이 돼 수온이 8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모천인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은 뒤 다시 돌아가는 대표적인 회귀성 어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상저온 현상으로 황복을 잡는 시기가 열흘가량 늦어졌다.

산란기 황복은 낮동안 쉬다가 오후 9시부터 새벽까지 바쁘게 움직이는데 이때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든다. 황복은 산란을 위해 암수가 이빨 가는 소리로 신호를 보내는데 황복의 이빨은 사람 손가락을 자를 정도로 날카롭다. 그래서 일단 황복 이빨 소리가 들릴 때면 ‘민물의 난폭자’ 쏘가리마저 몸을 숨겨 다른 어종이 거의 잡히지 않을 정도다.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 일대에서 15년째 황복을 잡고 있는 이선주(51)씨는 “올해는 첫 황복을 지난달 말에 잡았다”며 “수온이 올라가는 이번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황복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황복은 잡기도 어렵지만 요리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복은 알과 내장 등에 맹독이 있지만 복전문점에선 독이 거의 없는 살과 피까지 물로 깨끗이 씻어낸다. ‘복어 한 마리에 물 서 말’이란 속담은 이래서 나왔다. 그러나 담백하고 쫄깃한 맛 때문에 미식가의 사랑을 받아왔고 캐비아(철갑상어알), 트뤼프(송로버섯), 푸아그라(거위 간)와 함께 세계 4대 진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복어 살은 희고 맑으며 기름기가 없다. 그래서 다른 횟감과는 달리 복어 회는 종이처럼 얇게 뜬다. 이런 맛에 반해 중국인은 복어를 ‘천계옥찬(天計玉饌)’,‘마계기미(魔界奇味)’라는 표현까지 쓰며 극찬하고 있다. 특히 수컷의 고환을 ‘서시유(西施乳)’라 불렀다. 춘추전국시대의 경국지색이었던 서시의 젖 같다는 뜻이다.

임진강 황복이 유명한 것은 바다에서 잡은 일반 복어와 달리 힘들게 강을 거슬러 올라와 살의 탄력이 다른 복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거의 유일하게 임진강변에서만 잡힌다. 1990년대 말부터 사라져가는 황복을 살리기 위해 임진강에서 대대로 황복잡이를 해왔던 어민들이 황복부화장을 만들어 꾸준히 치어를 방류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복철이 되면 전국의 미식가들은 물론 일본이나 중국의 황복애호가들이 임진강변으로 몰려든다.

파주시 문산읍과 적성면의 임진강변, 통일로변에 위치한 30여곳의 전문식당들은 지난주부터 황복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주말에는 업소마다 20~30건의 예약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문산읍 마정1리에서 40년째 황복 전문점인 ‘어부집’을 운영하는 이미자(74) 할머니는 “봄철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황복은 한 마리(1㎏)당 가격이 8만~10만원선이지만 제철음식에다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희귀어종으로 분류돼 상종가를 누리고 있다”며 “요즘은 황복도 양식되고 있지만 자연산의 경우 육질이 쫀득하고 향이 깊어 미식가들이 즐겨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