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간첩 2명을 남파한 사실이 21일 드러나면서 또다시 북한의 ‘이중행보’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하는 등 겉으로는 ‘유화’를 내세웠지만, 한편에서는 황 전 비서 암살을 지시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검거한 ‘황장엽 암살조’는 북한 대남공작기구인 정찰총국 지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정찰총국은 지난해 인민무력부 정찰국과 노동당 작전부, 35호실 등이 통합, 개편된 조직이다. 북한이 지난해 기구개편을 통해 대남공작을 준비중이라는 일부 관측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황장엽 암살조가 황 전 비서 암살을 지시받은 시점이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김영철 정찰총국장에게 “황장엽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이면 남북이 제3차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는 시기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 부장이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비밀회동한 데 이어, 같은해 11월에는 개성에서 남북 당국자가 2~3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당시는 지난해 8월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사절단 파견을 계기로 ‘유화’ 공세를 개시한 이후이기도 하다. 북한의 ‘유화’ 기조는 올해 1월 신년공동사설에도 반영됐고 올해초까지 금강산, 개성공단에서도 잇따라 유화책으로 이어졌다. 북한이 한편으로는 남북정상회담을 남측에 타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비밀공작’을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고에 북한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간첩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북한의 대남전략은 바뀌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올해초 금강산관광 재개를 시도했다가 남측 반응이 여의치 않자 개성공단 통행 제한까지 시사하면서 최근 공세로 돌아선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