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해병 대원들이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 지 4일째인 29일 오전 백령도 해안에서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백령도 = 곽성호기자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대해 내부폭발설과 외부 충격(피격)설이 엇갈리는 가운데 군 당국이나 전문가들은 아직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기뢰에 의해 배가 침몰됐을, 즉 외부 충격에 의한 폭발 가능성 쪽에 더 깊은 관심을 주는 분위기다. 군 당국이 28일 사고수역에 기뢰탐지함(소해함) 2척 등을 투입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반도의 화약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남북한 접경지역에서 수병 46명이 함정 폭발과 함께 실종된 지 4일째인 29일 사고원인 규명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수중·탐색 작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군과 정부 당국은 어느 쪽으로 규명되든 엄청난 파장이 예상돼 결정적 증거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은 채 신중을 기하고 있다.

◆ 외부 기뢰 충격론 급부상 = 외부충격설은 천안함 생존자인 박모 대위 등이 27일 기자회견에서 “배가 내부의 폭발이나 암초에 걸릴 가능성은 절대 없다. 내가 장담한다”고 말하면서 급부상했다.

전체적으로 외부 충격설을 내놓은 이들의 주장은 내부 폭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확신에서 시작된다. 내부 폭발설의 근거는 크게 4가지인데, 우선 함미에 실려 있던 폭뢰 12발이 폭발했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 경우 갑판 위에 그 어떤 목격자나 증언이 없어 힘이 실리지 않는 상황이다.

함정 안에 있던 어뢰 6발이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도 어뢰가 배의 중간에 실려 함미의 폭발과는 무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함포탄이 폭발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측도 있지만 ‘연쇄폭발’이 없다는 점에서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특히 함포탄을 폭발시키기 위해서는 고의로 폭약을 장착해야 하는데 이는 내부 첩자가 있는 경우, 혹은 선상반란이 있는 경우에나 상정될 수 있어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 많다.

이밖에도 엔진실 내 유증기의 폭발 가능성을 제기하는 측도 있는데, 군함 기동 중 유증기에 의한 폭발 사고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 역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외부 충격설을 펴는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외부 폭발론은 ‘기뢰 충격설’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김학송(한나라당) 국회 국방위원장이 28일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라면 기뢰 폭발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말하면서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키리졸브 등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북측에서 뿌려놓은 기뢰가 사고해역에 흘러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기석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북잠수정에 의한 어뢰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림팩훈련에서 한국 해군이 어뢰 한 방으로 미국의 1만t급 함정을 격침시킨 사례가 있다”며 “북 잠수정에 중어뢰를 탑재해 도발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승렬 전 해군참모차장 등 전문가들은 “사고해역은 수심이 30m 이하로 수심이 너무 얕아 북 잠수정의 침투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안보시민단체인 자주국방네트 신인균 대표는 북한 반잠수정 매복에 의한 음파감응식 기뢰공격설을 제기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 신 대표는 “합참의 설명대로 소음이 심한 스크루 부분, 그것도 함미 바닥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면 음향감응을 이용한 유도무기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 “고속 기동하는 신형 반잠수정은 해상 수색 레이더에 의해 탐지될 확률(피탐률)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사고시점이 일몰(EENT) 3시간이 경과해 초계함이 취침시간에 드는 오후 9시30분대에 발생한 점도 피격설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음파감응식 기뢰를 보유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 내부 폭발 시나리오 = 생존자들의 증언이 나오기 전 정부가 사건발생 초기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없었고, 직접 교전에 의한 침몰했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내부 폭발설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었다.

배의 ‘늑골’에 해당되는 기관실 유증기 폭발설은 함미(배 뒷부분)에서 3분의 1 지점인 디젤엔진실과 가스터빈실 사이가 갈라지면서 선체가 양분되면서 강력하게 제기됐다. 전·현직 함장들 중에서는 함교 아래 연료탱크와 연결된 가스터빈실과 디젤엔진실 등 연료계통의 유증기로 인해 강한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특히 사건초기 배 밑바닥에 구멍이 뚫렸고 함정이 3시간에 걸쳐 침몰했다는 주장등이 나오면 내부 폭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선체를 두 동강 낼 만한 강력한 폭발이 내부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뢰는 ‘바다의 지뢰’로 불리며 ‘바다의 미사일’로 불리는 어뢰보다 파괴력이 더욱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뢰는 터지는 방식에 따라 배에 직접 부딪칠 때 터지는 ‘접촉기뢰’, 스위치를 눌러 무선 전파를 보내면 터지는 ‘조종기뢰’, 소리나 압력·자기장 등을 감지해 스스로 폭발하는 ‘감응기뢰’ 등이 있다. 현재 가장 ‘혐의가 짙은’ 음향감응형 기뢰는 부설 방식으론 계류, 해저지뢰, 폭발 방식으론 감응기뢰에 해당한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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