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일각의 독선·독단이 국민의 상식을 배반하면서 실정법의 규범력 또한 일실시키는 과오를 우려해온 우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새 시도(試圖)를 주목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시국선언 사건으로 기소된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에 대한 1심 공판을 종전의 형사단독재판부에서 재정(裁定)합의부로 넘겨 심리하기로 8일 결정했다.

단독재판부→재정합의부 이관 자체도, 그것이 국내 최대법원의 결정이라는 사실도 모두 이례적이다. 대법원 예규가 ‘선례나 판례가 서로 어긋나는 사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 ‘동일 유형의 사건이 여러 재판부에 흩어져 통일적이고 시범적인 처리가 필요한 사건’ 등에 대해 재정합의부를 구성할 수 있게 해 대법원이 그 활성화를 권고해온 사실도, 또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19일 형사단독재판부의 경력을 10년차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사무분담 이래 첫 재정합의부 구성이라는 시의도 두루 유의할 만하다.

상설 아닌 ‘임시’재판부의 심리는 같은 유형의 형사재판이 1월19일 전주지법 무죄→2월4일 인천지법 유죄, 2월11일 대전지법 홍성지원 유죄→2월25일 대전지법 무죄처럼 양 극단의 혼선을 빚어온 전례가 전국 13개 지법 일반의 난맥으로 더 파편화하기 전에 ‘중앙’에서 중도 정리하려는 대증(對症)처방의 일환으로 비친다. 전주지법의 무죄 판결 당시, 우리는 전교조의 지난해 6월18일·7월19일 두 차례 시국선언 그 한 논거가 ‘미디어법 추진 중단’이라는 대목만 해도 그것을 어떻게 특정정파 반대가 아니라고 심판했는지 그 근거부터 의문이라고 지적했었다. ‘전주의 무죄’는 이튿날 부산지법이 시국선언 동조 공무원노조 간부에 대해 선고한 유죄와 직대비되면서 무죄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절차를 밟기만 한 ‘튀는 판결, 기교 재판’의 예화로 회자돼왔다.

우리는 서울중앙지법의 재정합의부 구성이 그처럼 ‘튀는 판결’을 시정하려는 시도일 것으로 믿고, 합의의 추이 및 그 결론을 주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