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겪은 아픔이 올해에는 기쁨 됐다”

쇼트트랙선수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종목을 바꾼지 1년도 안돼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것도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장거리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경인년 새해 첫 날 ‘기적’같은 일을 이룬 것은 22살의 청년 이승훈이다.

이승훈은 14일 캐나다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발 경기장에서 진행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부 5,000m 경기에서 6분16초95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며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6분 14초 40)에 2초25 뒤진 2위에 올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거리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따낸 것은 이승훈이 처음이다.

그의 메달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쇼트트랙에서 종목을 바꾼 이력때문이다. 그는 2009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도 1,000m, 1,500m, 3,000m 우승을 차지해 3관왕에 등극한 ‘잘나가는’ 쇼트트랙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진행된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방황하던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에 눈을 돌리게 됐고 놀랍게도 몇개월 뒤인 10월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발탁됐다. 이승훈은 지난해 겪은 쇼트트랙 대표팀 탈락과 스피드스케이팅 적응기에 대해 ‘값진 고생’이었다고 평했다.

경기 후 현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승훈은 “지난해 고생한 것을 모두 보상받은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메달에 대해서도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는 이승훈은 “지난해 우승자인 밥 데용과 함께 레이스를 펼치고 싶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어 잘됐다고 생각했다. 밥 데용에게 묻어간다는 생각으로 레이스를 펼쳤는데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올림픽을 앞두고 캘거리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나는 쇼트트랙용 스케이트화를 신고 쇼트트랙 선수단과 훈련했다. 메달로 쇼트트랙 훈련이 스피드스케이팅에도 도움된다는 것을 증명한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