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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여배우들이 왜 연기상에서는 홀대받을까. 시청자들은 왜 막장 드라마에 끊임없이 중독되는가. 대통령 선거토론보다 ‘아메리칸 아이돌’ 시청률이 어째서 높을까. 왜 적이 없는 사람보다 노련하게 적을 만든 사람이 더 성공할까.

이 많은 ‘왜’에 대한 답은 다름 아닌 ‘본능’이다. 사회 인류학자이자 대중호소력 분야의 전문가이며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사람들은 이성의 판단을 배반하고 무의식적으로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는 비논리적이고 모순된 듯 보이지만, 이는 인류 역사에서 대단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앞으로도 되풀이될 인간행동의 비밀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행동의 밑바닥에는 이성을 넘어서고, 논리보다 강한 본능이 자리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저자는 초대형 성공을 거둔 제품이나 문화 현상들은 이성이 아니라 본능을 유혹해 성공했다고 한다. 역으로 뒤집어 보면 본능의 기제를 제대로 이해해 사용하면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본능을 자극할 수 있을까. 이에 저자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8가지 요인을 제시한다. 제1 요인은 미운 오리에게 편안하게 마음을 놓게 하는 ‘관대함’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들은 자신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해, 그를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매료되지만 동시에 아름다움에서 공포를 느껴 아름다운 사람을 끌어내리고 싶어한다. 이에 비해 상대가 평범한 외모라면 경계심을 풀고 심리적 호감을 느낀다. 실제로 조사 결과 평범한 외모의 사람이 외모적으로 뛰어난 사람보다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성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미운 오리에 대한 관대함이라는 본능 때문에 미국인들은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앨 고어가 아닌 조지 W 부시를 선택했고, 오프라 윈프리와 ET에게 근본적인 호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본능 요인은 지지자를 끌어당기는 절대 꺾이지 않는 ‘신성한 소’와 노련하게 적을 만들고 쉽게 고집을 꺾지 않는 ‘수탕나귀’ 기질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우호적이고 붙임성 좋은 말의 향연보다는 갈등과 말다툼을 원하며, 가시 돋친 말을 날리는 두 투사의 말싸움에 본능적으로 이끌린다고 한다. 미국에서 폭스 뉴스와 CNN이 가장 높은 신뢰도와 시청률을 보이는 이유 역시 앵커들이 ‘신성한 소’와 ‘수탕나귀 기질’을 적당히 잘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우리의 본능을 편안하게 만드는 인간의 보편성 ▲내가 지금 그 현장에 있다고 느끼게끔 만드는 심리적 현장감 ▲마약과도 같은 쾌감 반응을 일으키는 언어 ▲우리 몸을 조율하는 좋은 진동을 내는 소리 ▲본능의 고정관념을 만족시켜주는 외모 등을 우리 본능을 자극하는 요인들로 꼽았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