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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세계의 명가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가문 전체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이회영 가문의 이야기에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일가의 교육 방법과 처세훈에 이르기까지 인류 사회에 기여도가 큰 위인 23인과 그 집안의 에피소드를 흥미롭고 다양하게 소개했다.

저자는 매일경제신문을 거쳐 문화일보 국제부 기자와 베이징 특파원을 역임한 홍순도씨. 소설 ‘따꺼’와 ‘황혼의 상하이탄’을 쓴 작가이자 ‘왼손에는 사기, 오른손에는 삼국지를 들어라’, ‘삼국지 강의’, ‘중국 그 거대한 행보’ 등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이기도 한 저자는 각계 각층의 리더는 물론, 집안을 명가 반열에 올리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세계 최고의 거부인 미국의 록펠러 가문을 비롯, 일본 최고 기업가인 마쓰시타 가문, 존경받는 부자가 되라고 가르쳤던 스웨덴의 발렌보리 가문, 문화재 보존을 위해 전 재산을 쏟아부은 전형필 선생의 가문 등 이른바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부자들의 사회적인 의무와 책임)’를 다한 가문도 소개돼 있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하되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면서 자녀의 창의성 계발에 주력했던 마에스트로 정명훈 가문의 철학이나 에피소드는 특히 자녀교육과 관련해 울림을 준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와 그 가문의 에피소드는 사교육이 범람하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타고르의 부친은 콜카타 최고 명문 가문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 의존하지 않았다. 타고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자 대자연으로의 긴 여행과 광범위한 독서를 하게 하는 방식으로 교육 방식을 변경, 노벨상 수상 시인으로 길러냈다.

책에 따르면 명문가는 되고 싶다고 누구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라는 세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춰야 한다.

여기에다 또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니, 그것이 바로 명문가를 향한 각 세대의 부단한 노력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이나 딸로 이어지는 집안 구성원들의 대를 이은 노력이 없다면 제 아무리 주어진 조건이 좋아도 명문가가 될 수 없다. 책은 이 같은 사실에 주목,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저자가 3대가 읽을 수 있는 책을 집필한 이유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중요하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도 거기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의 이행을 등한시하는 가문은 명문가라고 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 명문가의 꿈과 비전을 엮은 책은 이미 부와 권력을 갖춘 이들이 어떻게 해야 명가의 반열에 오르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