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세종시에 대기업과 대학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행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세종시법)’이 사실상 제정에 가까운 수준으로 전면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안의 9부2처2청 부처이전이 백지화되고, 기업과 대학이 중심에 자리잡게 되면 ‘행정중심’ 개념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세종시 정부지원협의회 2차 회의에서 “행정중심에서 기업중심으로 도시개념을 바꾸기 위한 목적을 위해서도 법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세종시법 1조에 규정된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념을 아예 바꾸겠다는 것이어서, 전면개정을 통해 사실상 현행법을 폐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원안의 9부2처2청 이전도 백지화되거나, 1~2개 수준 이전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부처 이전이 최소화되면 법안을 개정해야 하고, 도시명칭까지 바꿀 정도면 법 전문을 개정해야 하는데 아직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종시법을 전면개정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두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자립·자족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대학 등을 유치해야 하는데, 제도적 유인장치 마련을 위해서는 법안 개정이 불가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금감면 등의 지원책은 ‘부분개정’으로 가능한데도 정부가 굳이 ‘전면개정’ 카드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은 부처 이전을 최소화하고, 아예 세종시를 ‘기업과학도시’로 바꾸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 총리실장이 “사실상 수도분할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행정중심에서 기업중심으로 도시개념을 바꾸기 위한 목적을 위해서도 법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한 이유다.

정부가 기업과 대학 등을 집중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이유도 이같은 새로운 도시 개념을 충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정부지원협의회 회의에서 보고된 지식경제부의 ‘녹색기업·연구소 유치방안’, 교육과학기술부의 ‘우수대학 및 중등교육기관 유치방안’에도 적극적인 기업 및 학교 유치 방안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는 세종시 유치를 위해 대학 1~2곳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고했으며, 실제로 대학 1곳 유치는 거의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