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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고독은 저절로 만들어진다. 나는 고독을 만들었다. 글쓰기를 위해 이곳에서 혼자여야 한다고 작정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집에서 혼자였다. 나는 스스로를 가두어 두었다. 물론 두렵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 집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집은 글쓰기의 집이 되었고, 내 책들은 이곳에서 나왔다.”

프랑스 영화감독이자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쓴 책의 ‘프롤로그’ 중 일부다. 책은 헤르만 헤세부터 어니스트 헤밍웨이, 마크 트웨인, 버지니아 울프 등에 이르기까지 20세기 최고의 작가 20인의 집을 찾아간다. 위대한 작품을 남긴 작가들의 집을 여행하며 그들의 작품세계와 내밀한 삶을 되짚어 가는 것이다.

벽을 가득 채운 장서들, 온갖 메모와 원고들이 뒤섞인 집필실, 작가들의 취향을 드러내는 각종 소품들…. 책은 작가의 집 주변 자연환경부터 건축구조, 집필용 책상과 아끼던 물건에 이르기까지를 프랑스 작가인 저자의 감각적인 글과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사진가의 사진 220여컷으로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집은 작가들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은 작가들의 추억에 질서를 부여하고 그들의 불안을 달래주며 사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무언가 세우고 건설하는 환상을 품은 이에게 집은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작가에게 집은 글의 예술적 여정만큼이나 상징적인 하나의 작품이 된다. 작가들은 집에서 철저히 혼자다. 어휘를 고르듯 까다로운 눈으로 고른 자기만의 공간에서 영감을 얻고 문자와 사투를 벌이고 마침내 승리해 작품을 완성한다.

책은 우선 헤세가 1919년부터 홀로 머물며 ‘클라인과 바그너’, ‘클링소어의 마지막 여름’, ‘싯달타’, ‘황야의 늑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등을 썼던 스위스 루가노 호수 주변의 집 ‘카사 카무치’를 찾는다. 헤세는 바로크식의 이 집에 머물며 낮에는 챙 넓은 밀집모자를 쓰고 수채화 물감과 붓이 든 배낭을 멘 채 몇 시간이고 언덕을 돌아다녔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풍경, 산굽이, 마을의 가옥들을 수채화로 그렸고, 저녁에는 카사 카무치 3층으로 돌아와 백지를 채우고 또 채웠다.

책은 이어 헤밍웨이가 1927년부터 10여년간 정착한 미국 플로리다주 키웨스트 섬의 집, 마크 트웨인이 작품활동을 시작한 1870년부터 살았던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포드의 집, 버지니아 울프가 설계 작업대에서 하루 3시간씩 글을 쓰곤 했던 영국 서식스주의 몽크스 하우스(수도사의 집) 등을 찾아간다. 그러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문학적인 언어와 사진으로 드러내 보인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