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뒤, 일본 정가에서는 세상이 바뀌었음을 실감케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3일 중의원 선거결과를 토대로 계산한 2010년도 정당교부금 배분액을 추산해 보도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민주당은 173억200만엔 (약 2250억원)을 받게 돼, 선거 전 의석을 기준으로 배분할 때보다 무려 54억6900만엔(46.2%)이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자민당에 배분될 교부금은 104억6700만엔으로, 52억6600만엔(33.5%)이나 급감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당교부금 제도가 시작된 1995년 이래 민주당에는 최대, 자민당에는 최소규모다. 2009년도 교부액 중에서도 9월과 12월 지급분은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재조정된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17억5500만엔 줄어든 139억7800만엔을 받게 되고, 민주당은 18억2300만엔 증가한 136억5500만엔을 받는다.

의원회관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선거가 끝난 다음날부터 민주당 의원들 방은 각종 자료뭉치를 들고 찾아온 공무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한 민주당 재선의원 비서관은 “지금까지는 자료를 부탁해도 간신히 받을 수 있었다”며 “선거에서 이기니까 이런 것도 바뀐다”고 놀라워했다. 다른 민주당 3선의원 방에는 부처 국장급 이상 간부들이 줄줄이 찾아왔으며,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명함을 두고 간 관료도 있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예전에는 법안설명도 계장급이 와서 했고, 국장 등 간부의 방문을 받은 일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의사당 내 자리배치를 놓고 민주당과 자민당간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일 “민주당 중심 정권 발족을 앞두고, 국회 의원대기실 위치를 둘러싼 공방이 격렬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랫동안 자민당 차지였던 의사당 정면쪽 대기실을 내놓으라고 민주당이 요구한 것. 의원대기실 재배치를 정권교체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자민당은 “지금 같은 경제상황에 이사비용으로 수천만엔을 낭비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