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산업의 역동성을 회복하려면 우선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줘야 합니다.”

성낙일(경제학부) 서울시립대 교수는 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식 통신정책은 이제 탈피해야 한다”며 “정부 주도 아래 신사업을 시작했다가 수익성이 없어 접고자 해도 그만둘 수 없는 것이 현재 통신시장의 규제 여건”이라고 말했다.

규제나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실패 사업의 부담을 고스란히 안은 채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결국 투자의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성 교수는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사업의 예를 들면서 대규모 손실을 감수한 채 서비스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처럼 각종 방송·통신 플랫폼이 난립하는 지역도 없을 것”이라며 “인터넷 TV(IP TV)·유선방송(SO)·위성방송·위성DMB·지상파DMB 등이 각기 다른 기술과 플랫폼으로 사실상 같은 내용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처럼 유사한 플랫폼이 늘어나면 결국 같은 파이를 놓고 갉아먹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방송·통신 분야가 투자 쏠림 현상이 심각한 이유”라고 평가했다. 이런 구도에서 과연 IP TV가 좀 더 저렴한 요금의 SO와 경쟁해서 설자리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반문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나 초고속인터넷의 성공신화에 얽매여 예전의 정책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집착하고 있는 것이 결국 통신산업의 역동성을 갉아먹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성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이와함께 “정부가 정책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수요가 없는 곳에 무리하게 투자를 하도록 끌고 간다면 결국 시장의 자율적이고 집중력 있는 투자동력은 끊어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의 과오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NTT도코모는 1979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세계 시장의 흐름을 간과하다가 결국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