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3일 오전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에서 직원들이 출근해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평택 =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극적 타결의 기대를 모았던 쌍용자동차 노사 당사자협상이 결렬되면서 ‘데드 라인’을 넘긴 3일 오전 평택 공장 일대는 일촉즉발의 숨막히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회사측이 전기 공급을 끊고 협상 결렬에 실망한 농성 노조원들의 속속 이탈하면서 농성 근로자들이 집결해 있는 도장 공장은 공권력의 강제진압을 걱정하는 흉흉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3일 쌍용차 평택 공장 앞은 도장 공장 내부로 물과 식량을 전달하러 나온 50여명의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집회와 도장 공장에서의 선무 방송으로 이른 아침부터 요란스러웠다. 또 2일 오후부터 전기 공급이 중단된 도장 공장 내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국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전기 공급 중단과 물 부족으로 도장 공장 안에서는 하루 한끼 먹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 부위원장은 “도장 공장 밖에 작은 양어장이 있었는데 그 안의 물까지 다 퍼내 쓴 상태”라며 “휴대전화 충전도 어려워 외부와의 연락도 어렵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측 직원들의 도장 공장 진입 시도설이 나돌자 병력을 증강 배치하는 등 노사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은 평소 27~30개 중대였던 평택공장 배치 인력을 40개 중대로 늘려 공권력 투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권력 투입 준비는 끝났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도장 공장 진입 시점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며 “사측 직원들이 도장 공장 진입을 시도할 경우 병력을 투입해 불상사를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사 협상 결렬 이후 도장 공장을 이탈하는 노조원의 수도 크게 불어났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협상이 결렬된 2일에만 86명이 빠져나왔고 3일 오전 12명이 추가로 나오는 등 만 2일 전후로만 모두 98명이 도장 공장을 이탈했다. 7월20일 경찰 병력 전진 배치 이후 1일까지 이탈자는 32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총 이탈자 수는 130명에 육박한다. 이탈자들은 대부분 협상이 결렬되자 “기대할 게 없다”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노조 관계자는 “협상 결렬 때문에 도장 공장 내부에서도 이탈자들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측의 협상 의지가 약해 투쟁이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탈자들이 속출하면서 경찰은 현재 도장 공장 안에 580명 정도의 노조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장 공장을 벗어난 노조원들은 밖에서 대기 중인 사측 직원에게 희망 퇴직 또는 무급 휴직 의사를 밝힌 뒤 귀가했다.

사측 관계자는 “무급 휴직을 받아줄 수 있는 인원도 한계가 있다”며 “보다 일찍 나와 무급휴직을 신청하는 것이 차라리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 = 김형운·박준희·채현식기자 hw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