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이참씨가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김동훈기자

정부는 29일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독일 출신인 이참(55)씨를 임명할 예정이다. 외국인(귀화 한국인)이 공공기관 사장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사상 최고위직이다. 결혼이민자 등으로 국내 다문화가족이 14만4000가구를 넘어서는 등 다민족국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번 임명은 상당한 상징성을 갖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이라도 정부 정책 설계·집행에 도움이 된다면 차별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대통령(MB)식 실용주의도 엿보인다. 이에따라 앞으로 유사 사례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전세계에 ‘한국’을 세일즈하는 한국관광공사에 29일 첫 외국인(귀화 한국인) 사장이 탄생했다. 독일 출신 이참(55)씨는 이날중 임명장을 받을 예정이다. 대한민국 사상 첫 외국 출신 공공기관장이자 귀화 한국인으로서도 최고위직이다. 외국인 공직 진출 확대의 신호탄으로, 제2, 제3의 이참씨가 출현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귀화한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민족이 다른 사람으로서는 최고위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지난해 공무원법 개정으로 외국인들에게도 고위 공직자가 되는 길을 연 이후 사실 임명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귀화한 사람이지만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직에 임명된 외국인은 영국인인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 국제금융센터기구(DIFCA) 회장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핵심 자문기구인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에 이어, 지난해 3월부터 국가경쟁력강화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집행보다는 고문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이씨의 한국관광공사 사장 임명은 오랫동안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해온 한국에서는 상당한 파괴력을 갖는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특히 한국관광공사는 대외에 비치는 한국의 ‘얼굴’인 데다, 지난해 사업 수익이 3004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조직이다. 직원도 지난해말 현재 756명이다.

이씨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이명박 정부가 표방한 국정지표 ‘글로벌 코리아’에 MB식 실용주의가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1월 “외국인도 공무원(으로 임용)하도록 (공무원)법을 바꿔놓자고 제안하려고 한다”고 밝히는 등 수차례 외국인의 공직 임명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씨가 귀화 한국인으로서 갖는 장점도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본명이 베른하르트 콴트인 이씨는 1978년 한국에 정착, 1986년 귀화한 뒤 20여년간 방송인, 대학강사, 기업체 대표 등으로 다양하게 활동해왔다. 특히 한국어·독일어는 물론 영어·불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 등에 능통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유럽여행객 유치에도 상당한 역할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씨의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지난 대선 기간에 이명박 후보 대선캠프에서 한반도대운하특별위원회 특별보좌관으로도 활동했으며, 지난해 2월 정부 출범 뒤에는 각종 정부 자문위원회 등에서 활약해왔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