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공기업 사장에 ‘외국인(귀화 한국인)’이 선임됨에 따라 공기업들이 술렁거리고 있다.

한국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급속히 옮아가는 현실을 반영한 게 아니냐며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다른 한편에선 외국인 기관장이 과연 조직 장악이나 업무처리 등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의구심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와함께 이번 ‘첫 시도’가 다른 공기업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9일 공기업 업계에 따르면 독일 출신 귀화 한국인 이참(55)씨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선임되자 한국관광공사 내부는 다소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노조도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해야 할지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직원들의 분위기는 우려 3분의 2, 기대 3분의 1로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분위기다. 한국관광공사 사장 자리는 그동안 노련한 행정경험을 가진 차관 출신 등이 많이 왔는데, 행정경험이 전무한 사장이 왔을 때 과연 조직을 이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다. 반면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소 자유스럽고 창의적인 일들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다른 공기업들도 향후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에 주목하고 있다. 주한 외국인 100만명의 다문화사회를 맞아 적절한 인사라는 평도 많았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능력인데 이참씨 같은 경우 국내 인지도도 높고 한국 알리기에 많은 노력을 해오신 분”이라며 “개인적인 능력도 있고, 주한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는 등 급속도로 다문화되어 가는 우리 사회 현실에도 부합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도 “유능하다면 외국 출신이든, 내국인이든 상관없는 일이다”면서 “석유공사를 키워 나가는게 확실하다면 귀화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이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한국과 한국 기업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공기업에 들어와서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기업 같은 경우 대부분 정부와 커넥션이 이어져 인맥이 중요한데 귀화 한국인이 과연 잘해나갈 수 있겠는가”라면서 “관광공사는 외국인 입장에서 바라봐야하기 때문에 귀화 한국인이 유리하겠지만 국가를 위한 공익성격이 강한 다른 공기업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번·박경일·김석기자 zerokim@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