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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식 정치’의 파괴력이 또 한번 확인됐다.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강행처리는 박근혜(사진)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합의 처리 노력없이 직권상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19일)”는 ‘말 한마디’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당 안팎에선 “박근혜 전 대표는 한마디 말로 정국을 좌우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전무후무한 케이스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번번이 중대국면에서 ‘단문’으로써 정국의 흐름을 바꿔놓는 박 전 대표의 정치가 갖는 실체가 무엇이냐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박 전 대표는 올해 들어 거의 한달에 한번꼴로 단문정치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박 전 대표는 특유의 단문으로 ‘여당 내 야당’ 역을 하거나 ‘친박(친박근혜)계의 정도(正道)’를 제시하거나 청와대와 야당을 견제해왔다.

“참 나쁜 대통령”,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실망과 고통을 주는 법안”, “우리 정치의 수치” 등 때마다 국민들의 뇌리에 박히는 시의적절한 멘트를 하는 것으로써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정치’를 했다.

최근 당 화합 국면에서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부상하자 “당헌·당규를 어기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좌초시켰고, 19일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쟁점법안인 미디어관련법에 대해서도 “합의 노력이 부족하다. 직권상정 시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당을 혼란 속으로 내몰았다.

이같은 박 전 대표의 정치 스타일은 5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원칙론’이다. 친박계 현기환 의원은 “정책을 펴거나 정치를 할 때 ‘원칙’에 입각하기 때문에 ‘저 사람 말은 틀리지 않는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며 “원칙 역시 국민들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원칙’의 힘이 발휘되는 것은 ‘적시성(시의성)’과 ‘단문성’이 맞물리기 때문이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꼭 필요할 때 필요한 문제의식을 갖고 간결하게 핵심을 짚어서 얘기하기 때문”이라고 박 전 대표의 발언이 ‘먹히는’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들의 생각수준에 맞는 쉬운 단어를 쓴다”는 것도 화법의 특징이다. 그러나 그의 단문정치는 온갖 해석을 낳아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결점이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고수하는 이같은 정치 스타일에 대한 반감도 만만찮다. 자신의 대중성이나 인기 등 ‘개인적 파워’를 이용함으로써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 초선의원은 “박 전 대표는 단지 정치력이 뛰어나다”며 “정책적으로 정확한 비전이나 확고한 소신을 지킨다기보다 정치상황에 가장 적절하고 파장을 주는 발언을 함으로써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치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항상 혼란정국과는 일정거리를 두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한마디를 던지는 것으로 ‘이미지 관리’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