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정보기술(IT) 부문 최대 노동조합인 KT 노조가 17일 오전 민노총 탈퇴 여부를 결정짓는 조합원 찬반투표에 돌입해 경제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T노조는 이번 탈퇴 안건이 가결되면 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기존 조직과 차별화해 실용적 중도개혁 노선에 기반한 노동운동 비전을 발표할 계획이어서 향후 노사문화에 큰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KT노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한 투표에서 재적 인원의 과반수가 참여, 투표자의 절반이 찬성하면 민노총 탈퇴가 가결된다. 가결 여부는 지부별 투표결과 집계가 끝나는 이날 오후 7시 이후 확인될 예정이다. 찬성 결정이 이뤄지면 KT노조는 14년 만에 민노총과 결별하게 된다. 조합원이 3만여명인 KT노조는 민노총 산하 기업 노조 가운데는 세번째로 큰데다 민노총 전체 조합원(2008년말 현재 66만여명)의 4.5%를 차지해 실제로 탈퇴가 이뤄지면 민노총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4년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노총에서 제명된 사례는 있지만 3만여명에 달하는 KT노조가 탈퇴하면 1995년 민노총 출범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KT노조는 이날 탈퇴 안건이 가결되면 ‘중도개혁 노조’로서의 향후 노동운동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KT노조는 한국노총이나 제3의 노총에 가입할 뜻이 전혀 없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KT노조의 허진 교육선전실장은 “극단적인 대립과 소모적인 대결을 지양하고 조합원의 실익을 중시하는 조합활동과 중도개혁 노선에 기반한 노동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노총은 16일 “KT 사측이 이번 찬반투표에 개입하면 불매운동 등 강경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KT노조는 이에 대해 “민노총이야말로 선거 의혹의 당사자이자 피해자”라고 반박하는 등 날선 공방을 펼치고 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