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1~6월)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노동조합의 탈퇴 움직임이 이달 들어 재개되고 있다.

특히 17일 민노총 산하 정보기술(IT)산업연맹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KT노조가 탈퇴 찬반투표를 벌이는 것과 때를 같이해 단위 노조들의 민노총 탈퇴 도미노가 일어날 가능성도 엿보인다.

민노총을 탈퇴하거나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노조들은 하나같이 “강경일변도의 정치투쟁을 지양하고 조합원의 권익보호에 집중하겠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즉 민노총 탈퇴 결정의 가장 큰 이유로 조합원 권익과는 동떨어진 민노총의 정치투쟁 위주 노동운동 방식에 대한 불만이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민노총 내부의 권력투쟁에 대한 일부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KT노조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민노총 운영에 있어 국민파와 중앙파, 좌파 등 적잖은 정파들로 찢어져서 조율과 합의를 통해 운영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색깔이 다르면 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올초 민노총에서 탈퇴한 한 노조위원장도 “일방적인 강요와 명분 없는 민노총의 노선과 태도에 큰 실망을 느꼈다”고 탈퇴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민노총을 탈퇴한 노조는 인천지하철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영진약품, 그랜드힐튼호텔 등 10여곳에 이른다. 민노총은 이런 탈퇴 도미노 현상에도 “노조의 투쟁은 정치투쟁일 수밖에 없다”며 “민노총의 투쟁과 지향에 동의하는 노조원들과 사회공공성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전문가들은 “민노총이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것은 사실이나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정치적 입장만을 고수해왔다”며 “민노총이 기존의 강성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노동운동 방식을 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