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사옥에서 KT 노조원들이 KT의 민노총 탈퇴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김동훈기자

경제계와 노동계가 17일 오전 시작된 KT 노동조합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탈퇴 찬반투표를 긴장 속에 주시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투표에는 전국에 있는 450여개 지부 3만여명의 노조원 상당수가 참가, 민노총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이번 투표에 쏠린 관심을 보여줬다.

이날 오전 광화문지부 투표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 사옥 7층 대회의실 입구. 오전 9시 투표소 문을 열자마자 직원들의 긴 투표행렬이 늘어섰다. 직원들은 부서별로 혹은 개인별로 투표에 참여했다. 오전 10시 현재 KT 분당 본사 6, 7, 8층 각 사무실에 마련된 4개 투표소의 투표자 확인명단에는 이미 절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하러 온 직원들도 삼삼오오 모여 투표 결과를 전망하면서 향후 노조의 활동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허진 KT교육선전실장은 “전국적인 투표율은 개표 이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조합원들의 관심이 매우 큰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T 노조, 중도개혁 노선 ‘첫발’ = 허 실장은 “민노총 탈퇴 안건을 조합원 찬반투표에 부친 것은 극단적인 대립과 소모적인 대결을 지양하고 조합원의 실익을 중시하는 조합활동과 중도개혁노선에 기반한 노동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KT노조에 따르면 민노총 탈퇴논의는 이미 수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이어져 왔다. KT노조 관계자는 “민노총은 그동안 과도한 정치투쟁과 내부 정파싸움으로 인해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해 왔다”며 “정파싸움이 심한데다, 금속노조의 목소리가 워낙 강해 통신노조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노총 운영에 있어 국민파와 중앙파, 좌파 등 적잖은 정파들로 찢어져서 조율과 합의를 통해 운영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색깔이 다르면 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했다”면서 “심지어 대의원회의 장소에 입장조차 하지 못하곤 했다”고 밝혔다. KT 노조는 이날 가결 결정이 내려지면 중도개혁 노선 추구에 대한 비전을 밝힐 예정이다. KT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나 제3의 노총에도 가입하지 않은 채 조합원을 위한 실용 위주의 독자노선을 추구해 나갈 계획이다.

◆450여 지부별로 일제히 투표 돌입 = KT 노조는 적어도 군마다 지부를 하나씩 두고 있다. 또한 지부마다 적어도 2명, 많게는 5명까지 투표관리 위원을 정해 두고 있다. 2000여명의 투표관리 위원이 공정성 확보를 위해 진행과정을 관리·감독하고 있다는 얘기다. KT노조는 이날 오후 6시 투표가 끝나면 지부별로 투표 결과를 집계한 뒤 이를 취합해 오후 7시 이후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재적 인원의 과반수가 참여, 투표자의 절반이 찬성하면 KT 노조의 14년만의 민노총 탈퇴 안건이 가결된다.

이관범·박세영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