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공공기관의 전산망이 ‘7·7 디도스 사이버테러’에 속절없이 구멍이 뚫려 허술한 정부의 대응체계가 그대로 노출됐다. 특히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공격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방어시스템 구축이 지연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그동안 디도스에 대한 인식은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정보를 빼가는 게 아니라 접속이 안되거나 속도만 느리게 하는 것이어서 위험 정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위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디도스의 위험을 뒤늦게 인식하고 대응하다 보니 정부 전산망의 대응시스템 구축도 지연돼, 17개 공공분야 가운데 현재까지 디도스 대응시스템이 구축된 분야는 행정과 통신·금융 등 고작 3개 분야에 불과하다. 국토해양·국세·국방·외교·경찰 등 5개 분야는 현재 대응시스템을 구축 중이지만 보건복지 등 나머지 9개 분야는 2012년까지 대응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만 세워놨을 뿐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별도 전산망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청와대, 정부 통합전산센터에서 관리하지 않는 외교부, 국방부, 국회 등이 이번 디도스 공격에 뚫리게 됐다. 행안부는 특히 8일 오후 디도스 2차 공격이 이어지자 향후 있을 수 있는 행정기관에 대한 후속 공격이나 제 3의 해킹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행정민원 전산망이 공격당할 경우 ‘민원 대란’이 발생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민원 전산망의 방어체계를 강화하는데 주력중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디도스 공격을 계기로 지난해 7월 마련한 ‘정보보호 중기 종합대책’을 전면 수정해 아직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한 정부기관이나 시·도 자치단체 등 각 기관의 예산을 확보해 연내에 디도스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명식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