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일 에너지·통신 등 국가기반시설과 전 언론사에 3차 디도스 사이버 테러 공격 가능성에 대비, 국가전산망 보안을 강화하는 등 ‘7·7 디도스 사이버 테러’ 이후 대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사이버 테러 다음날인 8일 0시 방문중인 폴란드에서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이날 오후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고 범정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오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에너지·통신 등 국가기반 시설 및 전 언론사 대상 3차 공격 가능성에 대비, 국가전산망 보안관제를 강화중에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어 “1차 공격에 사용된 해킹프로그램 분석결과 한국(12개), 미국(14개) 주요기관을 공격하도록 제작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내 10여개 보안업체에 신속히 배포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를 위해 24시간 신속대응팀을 운영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민·관 통합센터를 구성, 통신사업자와 민·관센터, 개별기관 등으로 3중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초·중·고 교과과정에 보안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특히 국정원은 디도스 공격이 국내에서 인터넷에 연결된 개인용 컴퓨터(PC) 4만2000대 이상을 확보하면 통신사업자 인터넷망 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마나 폐쇄형인 국방(전략전술망), 에너지(전력망), 국가행정(업무망), 교통(항공관제망) 등 전산망은 망 분리로 피해가 적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인터넷 의존형인 금융(인터넷뱅킹), 행정(전자민원), 통신(인터넷 쇼핑몰) 등은 위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사이버 위기대응 훈련시 디도스 공격 결과 민간 대상기관 10개 홈페이지가 모두 마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인 PC 보안수준뿐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대응체계가 미흡한 점도 이번 사태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이날 오후 권 총리실장 주재로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피해현황 점검 및 대책을 논의한다. 회의에는 외교통상부·행정안전부·법무부·국방부 차관과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정원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8일 순방중인 폴란드 현지에서 청와대 ‘위기상황 보고채널’을 통해 상황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정보당국자는 “지난 7일 오후 디도스 공격 징후를 감지한 뒤 8일 0시쯤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8일 새벽 이명박 대통령에게 상황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까지 3일째 인터넷이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3차 공격은 아니지만 간헐적 공격이 계속되면서 내부에 감염된 컴퓨터들로 인한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어 인터넷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