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주요 정부기관이 사이버테러를 당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당혹감과 함께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사이버테러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추정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조사중”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8일 AP뉴스에 따르면 미국도 백악관과 국방부, 재무부, 연방무역위원회 웹사이트 등이 사이버테러 공격대상에 포함됐고, 이중 재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 웹사이트는 마비상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교통부 등 관련기관의 피해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백악관은 마비되지 않았지만, 테러 방어에 큰 애로를 겪었고, 아시아 방문자들이 접속에 어려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날 “악성프로그램이 한국의 청와대와 국방부, 의회뿐만 아니라 미국 백악관까지 포함해 한·미 양국 주요 기관의 26개 웹사이트를 목표로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이버 공격은 7월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미국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4일의 첫 공격은 실패했으나, 5일 5개의 주요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테러가 시작된 뒤, 6일 민간 기관으로 확대됐고, 7일에는 한국의 각종 기관이 테러 대상에 포함됐다고 AP뉴스가 전했다.

미 첩보기관(Secret Service) 사이트는 다운되진 않았지만 접속에 문제점을 여전히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기관들은 사이버테러 초기엔 시스템 마비나 내부 파괴를 겨냥한 것으로 보지 않았고, 다만 방문자들의 접속을 방해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점차 교통부 등이 피해를 당하면서 업무 자체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부 웹사이트는 이틀동안 다운됐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무부 웹사이트(state.gov)에 대한 공격은 지난 5일 시작됐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공격의 강도가) 지금은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국무부 외에도 여러 정부부처가 사이버 테러에 노출됐지만, 정확한 피해상황을 발표하진 않았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