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부의 늑장 대처가 돼지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SI)로 인한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7일 AP통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지난 23일 국제사회의 경고를 받은 후에야 뒤늦게 SI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태 해결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SI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설상가상으로 지진까지 발생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멕시코에서 SI로 인한 첫 사망자로 알려진 39세 벽돌공 헤라르도 레이바 롤리스의 사례만 보더라도 당국의 안이한 대응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롤리스는 지난 13일 처음 SI 증세를 인식하고 인근 지역 의료센터를 찾았지만 아무도 그를 검진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픈 몸을 이끌고 힘겹게 64㎞ 이상 버스를 타고 멕시코시티로 나갔지만 기껏 페니실린 주사만 주입받았다. 이어 19일 오후 그는 급작스러운 심장발작을 일으켜 구호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인 20일 결국 폐렴으로 인한 심장발작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멕시코 당국은 그의 사망 4일 뒤에야 SI가 생명의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도 23일에야 국제기관으로부터 SI 관련 통보를 받고서야 심각성을 인식했다. 비상포고령을 발표한 것도 그로부터 이틀이나 지난 뒤였다.

롤리스 사망 이후 멕시코 보건당국은 단 한번도 롤리스의 자택을 찾아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가족들에 대한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멕시코 보건당국은 연간 예산이 50억달러에 달하면서도 “사망자 가족들을 방문하기 위한 재원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한편 멕시코 중부지방에선 27일 오전 11시46분 규모 5.6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