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멕시코産 돼지고기 정밀 검사 돼지인플루엔자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 경기 안양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질병진단센터에서 연구원이 멕시코산 돈육을 정밀 검사하고 있다. 안양=심만수기자

돼지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SI)가 결국 한국에도 상륙했다.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자 시민들은 경악했고 위생검역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한국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던 당국의 보건방역대책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정부는 28일 SI 의심환자 3건이 신고돼 2명을 음성으로 판정했고, 1명에 대해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멕시코와 미국의 위험지역으로부터 입국한 사람에 대한 검역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이 같은 처방은 방역대책의 허점을 노출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불과 하루 전만 하더라도 “SI가 통제 가능하다”고 확언했기 때문이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27일 SI 발병과 관련, “우리는 (환자) 조기 발견이 가능하고 시설도 확보돼 (사망자가 발생한) 멕시코 같은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현재 인플루엔자 감시 시스템을 작동 중이고 SI 바이러스는 H1형과 유사한데 현재 국내에 유행하는 계절 인플루엔자는 다행히 H3형이어서 헷갈릴 염려가 없다”며 “20개 병원의 폐렴환자도 관찰 중인데 아직 의심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SI 인체감염증이 의심되는 환자가 3명이나 신고되고, 이 중 1명이 의심환자로 판명됨에 따라 방역당국의 이 같은 자신감은 하루만에 무너졌다. 더욱이 보건당국의 방역대책이 가동되기 전에 이미 위험지역 여행객이 대거 입국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이와 관련, “17일 전후로 멕시코를 거쳐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텍사스를 통해 입국한 사람은 1일 1000명씩 대략 7000~1만명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SI에 감염됐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자진 신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설사 이 기간 동안 멕시코 등지를 여행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감염 여부 사실을 보건당국에 자진 신고하지 않으면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인천공항검역소 등에서 열 감지기를 가동, 입국객을 검사하고 있는 것도 완벽하게 감염자를 가려낼 수 없다. SI는 잠복기가 3~7일이기 때문에 입국 당시의 상태만으로 감염 여부 사실을 판단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는 5월10일까지 해외에서 입국하는 전 노선의 여행객에 대해 검역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국내 입국 여행자 중 발열자 또는 기침, 콧물, 두통 등 급성호흡기증상이 있는 여행자를 대상으로 SI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간이검사(RAT)를 실시하고, 정밀검사에서 SI 양성으로 확인되면 즉시 격리 입원시킬 계획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