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여름 사이에 끼어 짧기만 한 봄을 즐기기 위해 나들이를 가는 인파가 늘고 있다. 이렇게 가족과 연인, 때로는 친구와 여행을 떠날 때는 무엇보다 간편한 도시락을 즐겨 먹게 된다. 또 현지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맛보는 경우도 많다. 모처럼 들뜬 마음으로 떠난 여행길에서 자칫 방심했다가 걸릴 수 있는 식중독에 대해 알아보자.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살모넬라균과 노로바이러스 등으로 식중독에 걸린 사람은 9686명(510건)이나 됐다. 특히 10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4∼6월 사이 식중독 발생 건수는 163건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환자수만 43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모두 289명이 식중독으로 고생했다.

이는 아침과 낮, 저녁의 기온차가 발생하는 가운데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이 증가, 식품 관련 사고가 발생하고 식중독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져 음식물 취급 및 관리가 소홀해지기 때문으로 식약청은 분석했다. 또 식중독 증세를 보인 환자들은 회와 굴, 조개류 등 해산물을 먹은 경우가 가장 많았고,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의 육류, 김밥과 도시락 등 복합조리식품, 샐러드, 나물 등의 야채류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돼지고기와 관련해서는 완전히 익혀 먹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배 아프고 열이 나면 의심해야=증상은 세균과 바이러스 종류가 많은 만큼 원인에 따라 다양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구토, 복통, 메스꺼움, 설사 등으로 압축된다. 다만 개인적 차이나 원인에 따라 열이 있고 없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복어 독을 잘못 섭취했을 경우 신경이 마비되고 호흡이 곤란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보통 이런 반응은 음식 섭취 뒤 빠르면 1시간, 늦어도 72시간 안에 나타난다. 증상은 장염과 비슷하며 길게는 2주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북한 축구팀이 지난 1일 우리나라와의 축구경기가 끝난 뒤 정대세 선수 등이 음식 섭취 후 설사와 복통 증세를 보였다며 식중독을 의심한 것도 이런 증상 때문이다.

식품을 잘못 섭취했을 때 생길 수 있는 감염형 또는 독소형 질환을 식중독이라 부른다. 식중독은 가장 크게 세균성과 화학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세균성은 다시 감염형과 독소형으로 구분한다. 흔히 사람이 세균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한 경우를 감염형, 식품이 생산한 세균의 독소를 섭취했을 때를 독소형이라 한다.

화학성 식중독은 수은이나 비소 등 중금속류와 농약 등의 화학물질에 의한 질환을 말한다. 복어의 독이나 독버섯을 섭취해 일어나는 식중독도 여기에 들어간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세균으로는 살모넬라, 장염 비브리오균, 캠필로박터균, 포도상구균, 보톨리늄 등이 있으며, 노로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중 병원성대장균과 살모넬라, 황색포도상구균 등은 완만한 증가를 보이는 반면 노로바이러스는 지난 2005년 이후 급격하게 늘어나 겨울철에도 식중독 사고가 증가하는 추세다.

◆정석만 지킨다면 식중독 걱정 끝!=발생 원인은 간단하다. 최고의 음식 맛을 내기 위해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청결한 주방도구를 사용하는 이 기본 조건을 지키지 않아서다. 음식을 제대로 익혀 먹지 않았거나 실온에서 장시간 방치한 경우에도 식중독이 생기기 쉽다. 자칫 주방 위생에 소홀하기 쉬운 단체 급식에서 식중독이 자주 발생하는 것과 편의점, 전문점 등에서 구입한 도시락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나 굴, 조개 등을 먹고 식중독에 잘 걸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세균에 오염된 수돗물을 마시거나 장염 또는 식중독에 걸린 환자를 보호하다가, 환자의 식품을 함께 먹고 기구를 같이 사용한 경우, 감염자의 변이나 구토물 등에 의해서도 걸릴 수 있다. 특히 전염성 식중독의 경우는 환자가 회복됐다 해도 최소 3~14일까지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만큼 재발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반찬 아깝다고 먹는 주부들 과감해져라=예방법은 무엇일까. 위생과 청결을 항상 명심하면 식중독을 피해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음식에 사용할 채소와 과일 등은 항상 신선한 것을 사용하고 깨끗하게 세척한다.

또 칼과 도마 등 식재료가 직접적으로 닿는 조리기구는 용도별로 나눠 사용한 뒤 자주 살균해 2차 오염을 막는다. 요리 시에는 74도 이상에서 일정시간 이상 가열하고 특히 굴이나 조개 등의 어패류는 완전히 익힌 후 먹도록 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햄이나 소시지 등은 과감하게 버리고 생선의 아가미나 대가리 등 매운탕 재료는 상온에 보관하지 않는다.

이 밖에도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계절별로 사용이 우려되는 식품은 자제하며 끓인 물 또는 정수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이재갑 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냉장고에 오래 보관한 음식이 아깝다고 먹을 경우 식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