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그동안 쇠고기 수입문제로 캐나다 뿐 아니라 미국과 호주 등 다른 나라들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당한 전례가 있다. 이번 캐나다의 WTO에 협의 요청 10년 전인 1999년 2월에는 미국이 WTO에 한국의 쇠고기 수입제도 문제를 제소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한국의 쇠고기 수입제도, 구분판매제도, 소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WTO 규정에 위반된다고 제소했다. 호주도 같은해 4월 별도 제소했다. WTO는 미국과 호주의 제소에 따라 1심인 패널을 설치, 당사국 회의 등을 거쳐 2000년 7월 패널보고서를 발표했다.

패널보고서는 수입제도에 대해서는 한국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으나, 구분판매제도는 규정을 위반한 차별대우이며 보조금 지급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 수준을 초과했다고 판정했다.

한국은 패널 판정에 불복해 2000년 9월 WTO 상소기구에 제소했지만, 상소기구 역시 2000년 12월 한국이 1997년과 1998년 허용 범위를 넘는 보조금을 축산농사에지급했다고 확인했다. 구분판매제도에 대해 수입 쇠고기임을 밝히는 상표 부착 규정 등 수입 쇠고기 판매와 관련된 한국의 규제조치들도 WTO 규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이같은 상소기구 보고서는 2001년 1월 WTO 분쟁해결기구(DSB)에서 공식 채택됐다. 이에 한국은 제소국인 미국 및 호주와 협의를 통해 8개월간의 유예 기간 갖고 쇠고기 구분 판매제 폐지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했다.

쇠고기 수입문제는 WTO를 통한 제소 뿐 아니라 국가간 협상에서도 적지않은 진통을 안겨줬다. 한국은 2006년 9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승인하고 2007년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서 순조로운 모습을 보였으나, 2007년 5월 미국산 쇠고기에서 갈비뼈가 발견되면서 검역이 전면 보류되는 등 갈등을 빚었다. 2007년 8월과 10월에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척추뼈와 등뼈가 발견되면서 정부가 미국에 소갈비는 개방하되 내장은 불허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2008년 4월에는 한미 쇠고기 협상이 미국산 쇠고기 연령 제한을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내용으로 타결됐다. 하지만 미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가 일어나면서 재협상에 들어갔다. 결국 미국산 쇠고기의 연령 제한이 30개월 미만으로 제한됐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연령에 관계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갈등 소지가 다분히 남아있는 상태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