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10일 한국에 대해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함에 따라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가 다시 우리나라의 통상 현안으로 떠올랐다.

캐나다측의 이같은 조치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최근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국제적 반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활용해 6년 이상 끌어온 한국으로의 쇠고기 수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WTO 분쟁해결 절차 중 ‘협의’ 단계에서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않을 경우 지난해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 등 쇠고기 수입 관련 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까지 제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요청한 ‘협의’ 단계는 WTO 분쟁 해소 절차 중 1단계에 해당된다. 양 당사자는 특정 날짜에 합의하지 않는 한 협의 요청이 접수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의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만약 협의 단계에서 합의에 실패할 경우에는 WTO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재판부 성격의 분쟁해소패널(WTO dispute settlement panel)에서 판결을 받아야 한다.

캐나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로 보호무역주의 타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WTO 제소를 통해 오랫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인교(경제학) 인하대 교수는 “보통 농산물 수입 개방 문제는 상대국 등의 반감을 살 우려가 있어 WTO에 제소하기란 쉽지 않다”며 “그러나 최근 바뀐 대외환경을 바탕으로 WTO를 돌파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캐나다와 1단계 협의 절차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패널 판결까지 갈 경우 지난해 18대 국회에서 만들어진 가축법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시 가축법은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에서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를 5년간 의무적으로 수입 금지하도록 규정했으나, 미국 쇠고기에 대해서는 이를 적용하지 않아 캐나다가 강하게 반발해 왔다.

정부는 아직 대응 방향을 정하지는 못한 상태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외교통상부·청와대 등과 협의를 거쳐 적절한 대응방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캐나다측도 “최대한 협의 과정에서 해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원목(법학) 이화여대 교수는 “패널 판결까지 가기 전 최대한 협의 과정에서 30개월 미만 쇠고기는 수입을 허용하고, 대신 광우병 발생시 일시적 수입금지 조치(세이프가드)를 쓸 수 있도록 문서로 확보하는 식으로 타협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