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처음으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이란과의 다자협상에 직접 참여한다. 북한·이란 등과의 직접협상 정책을 밝혀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문제가 걸려 있긴 하지만 핵문제에 대한 오바마의 입장은 제재보다 협상 쪽에 더욱 무게가 실려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은 로켓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갈 경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이 나서 6자회담 재개에 전력을 기울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6자 회담 주도국인 중국과의 물밑 교섭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란과의 다자협상이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북핵협상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란의 핵프로그램과 관련된 다자대화에 미국이 직접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이날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핵문제 다자협상 참여결정은 이란과의 직접대화를 꺼렸던 조지 W 부시행정부의 입장과 차별화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협상 참여발표에 대해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정책변화가 진실한 것이라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이례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드 대변인도 “이란이 (대화 제의를) 수용한다면 이번 기회가 최근의 정체상황을 깨고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협력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영국·중국·프랑스·러시아 등 나머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에도 미국의 방침이 전달됐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날 발표는 그의 취임식에서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무슬림식 중간이름을 직접 밝히며 중동의 무슬림국가들에게 대화의 제스처를 보낸 뒤 계속된 유화제스처에 이어 나온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3월말 이란인들을 겨냥한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란과 더 나은 관계를 맺으며 두 나라 사이가 새롭게 출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었다.

특히 지난주에는 리처드 홀브룩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와 이란의 무하마드 메흐디 아쿤자데 외무차관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지원 국제회의’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만남을 가져 국제적인 이목을 끌었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