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다자간 협상테이블을 통해 이란과 직접 핵 협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직접적 대화를 거부해온 조지 W 부시 전 정부와는 차별화된 외교노선을 걷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이 북한의 로켓발사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에 집중하고 있어 소위 ‘악의 축’국가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핵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대변인은 8일 워싱턴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 5개국(P5) 및 독일, 이란과 함께 이란 핵 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며 “윌리엄 번스 국무차관이 오늘 영국 런던에서 해당국 대표들과 만나 미국측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은 이란측에 미국측 의사를 전달하는 한편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에게 이란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수 있도록 중재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시 정부는 이란과의 직접적 대화를 극도로 꺼려왔으며 지난해 들어서만 단 한차례‘P5 + 1(독일)’ 회담에 참가했다.

우드 대변인은 “이란만 (미국측 대화제안을) 수용한다면, 이번 회담은 국제사회의 가장 우려스러운 문제인 이란 핵 문제를 협조적 방식으로 풀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이란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원한다”며 “이란도 미국측 제안에 화답해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핵무기를 만들려는 이란의 노력을 포기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며 “우리 국익, 이란과 세계가 함께 할 수 있는 이익을 매우 신중하게 추구하는 것은 사리에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에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향후 북한 핵 협상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