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진=곽성호기자

“교육 환경을 하루 아침에 바꾸면 엄청난 혼란이 초래됩니다. 변화를 감지 못하다가 나중에 가서야 크게 느껴지도록 하는 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확실한 것은 학교 현장에서부터 변화는 서서히, 그러나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정부와 견줘 교육정책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결코 동의하지 않았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교과부 장관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 교육 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입학사정관 제도와 함께 한국 교육의 미래를 들어봤다.


[인터뷰=문성웅 사회부장]

―그럼, 지난 정부의 교육 정책과 차별화되는 특징은 무엇입니까.

“지난 정부가 평준화 잣대 하나로 모든 것을 측정하려했다면 현 정부는 그 잣대의 문제점을 파악했습니다. 평균치 위의 학생들과 평균치 아래 학생들을 각각 담아낼 교육제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영재고나 자율형 사립고 등 다양한 형태의 고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특히 뒤처진 학생들을 끌어올리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학업성취도 평가와 교원 평가제도가 정말 중요합니다. 물론 지난 정부도 그런 노력을 기울였지만 우리는 미흡했다고 판단합니다. 그쪽은 표준화를 생각했고 우리는 상향 평준화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부실·은폐 사태가 터졌습니다.

“어디서 어떤 문제 때문에 차질이 빚어졌나 조사중입니다. 조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25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문제점 들을 소상히 알리고 어떻게 풀어나가며, 다음시험은 어떻게 치를 것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생각과 교사들의 생각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정책을 생각했고 학업성취도 평가가 학생들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뒤처진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인식했습니다. 일부 지역 단위에서 교사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시행착오를 거쳐 교사들이 성취도 평가의 중요성을 더 잘 알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대학들이 앞다퉈 내년도 입시에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예고했습니다. 불안해하는 학부모도 적잖은 것 같습니다.

“제가 보더라도 입학사정관제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세게 발표하는 대학도 있습니다. 교과부는 올해가 입학사정관제의 1단계, 즉 내실화단계로 봅니다. 지난해 128억원이었던 입학사정관제 지원예산을 올해는 236억원으로 늘려 이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는 10개 대학에 집중투자하겠습니다. 또 대략 3개월 프로그램의 입학사정관 양성기관을 만들려고 합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위임할 수도 있고, 3월 말이나 4월 초 공모하려고 합니다. 입학사정관들이 배출되면 필요한 대학에서 채용할 것입니다. 입학사정관제는 내년과 내후년을 거치며 확장단계로 접어들겠죠. 이때는 다른 대학들도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거나 내실화단계에서 선정된 대학들을 능가하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할려고 하는 것을 하기도 전에 잘못한다고 야단 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교육당국의 가이드라인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입학사정관이 학생을 뽑는데 어떻게 뽑을 건지 기준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기준이 마련되면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협의해 발표하겠습니다. 또 다른 입시 부정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입학사정관제는 곧 학생 뽑는 전문가가 구성되는 셈인데, 어느 대학에도 그런 전문가 집단이 없었습니다. 입학처장도 전문가가 아니라 하나의 순환 보직입니다. 앞으로 전문가가 있게 되니까 오히려 허튼 짓 할 기회가 적어집니다. 한 사람 아니고 수십명이 작업하고 서로 감시하는 시스템이 작동됩니다.”

―입학사정관제가 대입 자율화의 핵심입니까.

“그렇습니다. 2012년에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단계에 도달하면 그게 바로 대학자율화의 신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울대가 탄광촌 가서 잠재력이 넘치는 학생을 선발했습니다. 언론매체들이 아름다운 얘기로 소개했습니다. 이런 얘기가 사회 전체에 퍼지고 모럴로 등장하면 학생들이 학원에 가고 하는 게 아무래도 적어지겠죠. 우리는 사교육하고 싸우는 것이고 다시 말해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있다고 봅니다. 현재는 대학 전형이 사교육 안받으면 안되는 쪽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입학사정관들이 한 사람 아닌 그룹으로서 더 많은 학생들을 선발하게 되면 학생들이 훨씬 다양한 재능을 연마할 것이고 학원에 가서 밤 12시까지 공부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우리교육에 비판적이지 않습니까.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더 많이 한다고 했을 때 고맙기도 했지만 우리가 그 동안 뭘 했나 하는 자책감도 생겼습니다. 양적인 것 말고, 질적인 것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훨씬 뒤떨어져 있는데 우리가 왜 쫓아가느냐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부모따라 미국에서 공부해 본 학생들이 대부분 한국에 오지 않으려 하지 않습니까? 거기선 학교가면 재미있고, 자기 계발도 하는데 비해 한국 가면 입시지옥이니 뭐 오고 싶겠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엄마와 아이를 남겨두고 아빠만 귀국한 게 기러기 아빠 시조 아닙니까. 학업성취도 평가만 해도 7년 전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했던 겁니다. ‘No Child left behind’라고, 뒤떨어지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지요. 미국도 처음에는 교사들이 성적 부풀리기를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거의 정착됐습니다. 오바마가 뜯어 고칠 작정으로 조사해봤는데, 이 제도에 의해 아이들이 발전했더라는 것이지요. 이 제도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학업 성취도를 높여야겠다는 것이 오바마의 선언이었습니다.”

―오바마는 하와이에서 문제아가 될 뻔 했는데 하버드대 로스쿨 나오고, 결국 대통령이 됐지요.

“그런 식으로 가야 합니다. 수능에서 A학교 어떤 학생이 200점 맞았는데, 그 학교 수능 평균이 200점이면 이 학생은 보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능 평균이 150인 B학교에서 200점 맞았다면 이 학생은 비범한 학생이지요. 이걸 구분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입학사정관입니다. 수능점수로만 잘라 버리면 그거 구분 못해요. 미국에서는 절대 우리 수능 같은 절대 SAT로만 학생들을 뽑지 않습니다. 그걸 어떻게 맞았는지가 중요한 기준입니다.”

―옛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해서 교육과학기술부로 출범, 1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두 문화가 화학적으로 융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교육이 과학보다 국가적 관심의 대상이었지요. 신문에 저를 쓸 때도 ‘安교육’이라고 합니다. 교육문제는 작은 일도 신문에 나오는데 과학은 안 나오잖아요. 이런 교육의 상징성 때문에 과학기술이 압도 당해요. 그러나 실질을 들여다보면 과학기술 홀대가 아닙니다. 지난해 과학과 교육쪽에 할애한 시간이 90대 10 정도로 과학쪽에 집중했습니다. 이번에 예산 짜는 것만 해도 교육예산이 6.6% 오른데 반해 과학예산은 16.9% 증가했습니다. 과학기술부 있을 때도 많이 오를 때가 8~9%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대통령도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조직이 서로 융합이 안 된 것은 인정합니다. 특히 과학에서 보면 주요 보직은 교육이 다 했다고 할 수도 있어요. 과학은 밑에 눌려 있는 느낌이었지요. 제가 그걸 염두에 두고 인사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곧 있을 조직개편에서도 과학과 교육을 융합시키려고 합니다.”

―대교협과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주위에서 대교협이 말끝마다 3불 없앤다 하고, 왜 대교협에 대입 권한을 줘서 말썽이냐 하는 얘길 듣곤 합니다. 대교협대로 엄청난 미션받아 고민이 많습니다. 미션의 핵심은 자율화와 자기책임입니다. 대교협이 대입 관련한 전문성을 완전히 터득하는 경우에는 교과부가 갖고 있던 모순된 정책을 말끔히 해소하는 계기가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대교협에 보다 깊이있는 이해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sw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