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진=심만수기자

이보영(30)은 선하고 단아한 이미지의 배우다. 그도 이런 점을 알고 있다.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보영은 “착해보이고 단아해 보인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동안 연기해온 인물들을 근거로 자신이 도모해 온 변주에 대해 설명했다.
활달하지만 나풀거리지는 않는 이보영의 말은 누구라도 설득할 수 있을 듯 조리가 있었다. 11일 개봉한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감독 원태연)에서 맡은 크림을 ‘방어’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전하는 크림의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는 영화보다 훨씬 흥미진진했다.

-기술 시사 때 배우들이 다 울었다고 전해들었다.

“기술 시사 때 울고, 언론 시사에서 다시 보면서 또 울었다.볼 때마다 울 것 같다.”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울었나.

“크림이 이미 죽은 가족들과 케이(권상우)가 차를 타고 떠나는 꿈을 꾸는 장면부터 ‘터졌다’. 가족도 없는 이 아이에게 케이마저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 엔딩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는데 난 너무나 이해가 간다. 크림은 이기적인 인물이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크림은 외톨이고, 일종의 사회부적응자니까 케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제3자에게 피해가 가는 사랑도 사랑인가. 또 한명의 남자인 주환(이범수)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크림이 이기적인 것이다. 자기만 생각한다. 그에게는 케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보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인간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너무 사랑해서라기 보다 너무 외로워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은 희생’이라는 것이 이 영화의 기본 정서라고 여겼는데 당신의 생각은 많이 다른 듯하다.

“사랑은 각자 만족하는 것이다. 결국 케이도, 주환도, 크림도 자신의 사랑, 자신의 만족을 위해 움직인다. 이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자신을 위해 사랑을 했다.”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만족스러운 사랑을 하고 있는지.

“난 항상 그렇다. 만족하지 않으면 못 사니까.”

-원태연 감독의 ‘무릎팍 도사’ 출연으로, 술 잘한다는게 화제다.

“보다가 깜짝 놀라 감독님에게 문자 보냈다. ‘저 나름 단아한 이미지예요’라고. (웃음) 촬영 초반 나도 꼬여있었고, 답답함이 연기하면서도 안 풀리는 상황인데 감독님은 일방적으로 요구만 하셨다. 그러다 술집에서 마주했는데 기싸움에서 지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 따라준 소주를 마셨다. 사실 소주는 못 마신다. 이야기를 계속 하다 더는 못 먹겠고 분위기상 그냥 맥주 마시자고 하긴 그래서 ‘소맥(소주와 맥주의 혼합주)으로 하자’고 했는데, 완전 ‘술고래’가 됐다. ”

-소맥을 마신다는 것보다 착해보이는 이보영이 감독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다는게 더 의외인 듯하다.

“끌려다니는 것을 싫어한다. 주체가 되는 것이 좋다. 현장을 휘어잡겠다는 뜻은 아니고, 내 중심은 잡고 간다. 아마 모든 배우가 그럴 것이다. 스스로 지켜야 영화 전체에 도움이 되고 발전이 있다. ”

-원태연 시인의 연출 데뷔작이라고 했을 때 조금 꺼려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걱정도 되고 약간의 불신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행복합니다’를 하면서 너무 힘들었고 ,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예쁜 멜로인 것 같아 선택했다. 또 크림은 두 남자 중심에서 양쪽의 사랑을 다 보여주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맡은 인물이 전면에 나서는 영화는 안해봐서 욕심이 났다. ”

-여전히 이보영의 이미지는 단아·청순이다. 변신할 수 있는 악역이 탐나지는 않나.

“그건, CF가 끊겨서, 소속사와 상의를 해야한다. (웃음) 도발적인 캐릭터는 당연히 욕심이 난다. 눈에 띄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계속 캐릭터 변신을 해왔다. ‘우리 형’ 때는 하나도 청순하지 않은 ‘골때리는’ 캐릭터였고, ‘원스어폰어타임’ 때는 코믹한 사기꾼이었다. 나름대로 영역을 확장하려고 욕심 내고 있다.”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