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08년 국내외 미술품 경매에서 낙찰된 작품수가 42점으로 국내작가 중 가장 많았던 이우환의 ‘점으로부터’(가로 182×세로 227㎝). 지난해 서울옥션 3월 경매에서 낙찰가는 9억원을 기록했다.

미술품 경매를 통해 미술품값이 드러나는 등 미술품 가격의 공개가 활성화했다. ‘100만원 그림전’ 등 작품값을 내세운 기획전이 열리고 작품별로 제목과 더불어 작품값을 명기하는 전시도 드물지 않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공개석상에선 입에 담기조차 거북해하던 작품값 문제는 이즈음 화상, 작가와 컬렉터뿐 아니라 문화가 안팎의 최대 관심사다. 미술품과 관련해 ‘진품인가’의 진위 여부와 더불어 ‘작품의 시중가’를 산정하는 시가감정은 수요와 문의가 잇따르는 미술가의 주요 화제이자 과제다.

미술시장이 급성장하고 작가 및 작품별로 객관적인 가격의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시가감정 전문기관인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민경갑)가 지난해 발족했다. 또한 미술시장 위주의 미술월간지 ‘아트 프라이스’가 2003년 11월 창간호 이후 5년여 동안 매월 아트페어, 경매, 화랑을 통한 작품 거래가를 정기적으로 공개해온 데 이어, 한 해 동안 거래된 미술품값을 조사 정리한 작품가격집이 나온다.

오는 25일 발간되는 ‘2009 작품가격’은 2008년 한 해 동안 경매, 아트페어 및 화랑가에서 현장 조사한 미술품 가격을 작가별로 정리한 단행본. 한국미술정보연구소가 지난해 초 국내서 처음 선보인 미술품 가격집으로, 2008년의 새 자료를 다룬 2호는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의 이름으로 발간된다.

‘2009 작품가격’집에는 국내작가 1463명, 해외작가 400명과 고미술품 226점 등 작가 1863명의 작품 5000여점에 대해 작가 이름의 가나다순으로 작품 제목과 가격을 비롯, 이미지와 크기, 거래장소 및 거래날짜 등이 수록된다. 지난해 국내외 경매에서 42점이 낙찰돼 낙찰 건수 1위를 기록한 이우환씨의 경우, 59점의 가격 정보가 다뤄진다.

지난해 3월 서울옥션에 출품돼 9억원에 낙찰된 작품을 예로 들면 작품 이미지와 더불어 ‘이우환, 9억원, 점으로부터, 가로 182㎝ 세로 227㎝, 캔버스에 혼합재료, 110회 서울옥션 1부, 2008년 3월25일’등을 기록한다. 해외경매에서 호평을 얻은 ‘젊은 작가’ 홍경택, 김동유의 작품도 각기 18점, 8점이 소개된다.

외국작가로는 지난해 10월 서울옥션이 해외에서 처음 실시한 홍콩경매에서 6200만홍콩달러(약 100억원)에 낙찰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판화판, 거울, 과일이 담긴 그릇의 정물화’를 비롯해 국내 경매회사가 취급한 외국작가와 고미술품 경매가도 공개된다.

미술품값은 그동안 작가와 화랑을 중심으로 형성됐으며 근래 경매가격이 작품값에 영향을 발휘해왔다.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연구소 등이 고객의 요청에 따라 진위감정과 더불어 시가 감정을 맡았다. 그러나 작품크기에 비례해 작품값을 정하는 호당가격제, 동일 작가의 작품값 격차가 심해 가격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하는 이중가격제 등 미술품 가격 산정 문제가 지적되면서 합리적인 시가감정 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화랑가 내부 정보였던 미술품 가격은 2003년 창간된 ‘아트 프라이스’를 계기로 외부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1995년 연례 미술품전시판매행사인 ‘마니프’를 시작한 미술인 김영석씨가 마니프에 출품한 작가별 작품값을 자료화하는 차원에서 1996년부터 아트페어, 경매 및 전국 12개 도시의 개인전 단체전 자료를 현장조사해 정리한 작품값을 2003년 하반기부터 정기적으로 발표해 왔다.

지난해부터 연초 발간하는 단행본 형태로 정례화했다. 김영석씨는 “작품가격 산정을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거나 경매가 등 특이 사례를 시장에 적용하는 등 일반화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며 “가격 정보 공개 및 검증 절차를 통해 미술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가격관리시스템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