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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는 가짜 시비 끝에 법정으로 비화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가 결국 ‘훼손’되는 또 하나의 수모를 겪게 됐다. 법원이 그 진위를 가리기 위해 그림에서 두 조각을 떼어내 분석하는 ‘파괴 검사’를 실시키로 12일 결정했다. 비록 직경 3㎜라고는 하지만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45억2000만원)인 이 명화가 후대에 의해 뜯겨지는 오점의 기록을 더하게 된 셈이다.

‘빨래터’는 한 미술전문지가 지난해 벽두부터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비에 휩싸였다. 올해도 그림이 말썽이다. 최욱경 화백의 ‘학동마을’을 둘러싼 ‘그림 로비’ 의혹이 국세청장의 사표까지 불러왔다.

그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물을 빙자해 로비와 뇌물의 단골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환금성이 높은 반면 뇌물 이미지가 약해 주고받는 부담이 덜하다. 문제는 우아함과 품격으로 포장돼 은밀히 건네지는 이런 그림일수록 작품의 진위를 대놓고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가짜일 확률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전직 대통령의 경우 선물받은 서예병풍을 집안에 걸었다가 위작으로 드러나 곧바로 치우는 해프닝이 발생했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경우 선물받은 작품 대부분이 가짜로 판명나기도 했다.

혹 ‘학동마을’에 대해 가짜 의혹이라도 제기된다면? 한국 미술계의 위작 실태를 보면 결코 ‘발칙한’ 상상일 수만도 없다. 한국미술품감정발전위원회의 자료를 빌리면 박수근·이중섭·이인성·도상봉·오지호 등의 감정의뢰 작품 중 절반 가까이가 위작 판정을 받았다. 유명 고미술전에 나온 작품의 절반 이상이 위작이라는 전문가의 주장도 나왔다. 당장 2007년 10월 박수근·이중섭의 작품 2800여점이 무더기 가짜 판명을 받았고 지난 한 해만도 권옥연의 인물화, 도상봉의 정물화, 최저경매가 50억원의 불상 등이 위작 논란으로 경매가 취소되기도 했다.

더구나 ‘빨래터’ 감정 과정에서 국내 전문가의 감정까지 신뢰를 잃어 박수근 화백이 살아서 돌아와야 위작을 판정할 수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해 벽두부터 ‘빨래터’가 가짜 시비로 돈에 포박된 상황이라면 올해는 ‘학동마을’이 로비·뇌물의 비리의혹에 포박당하는 모습이다. ‘학동마을’이 더 이상 가짜 시비로까지 번지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내심 그 걱정을 완전히 지우기도 쉽지 않다.

[[김영호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