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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관련한 악성괴소문(루머)과 유언비어를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검찰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괴소문이 더욱 기승을 부리며 기업들을 울리고 있다. 경기침체기에 더 기승을 부리는 악성루머는 해당 기업의 대내외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공사수주 타격, 주가급락 등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근거없는 악성루머는 금융권의 ‘돈줄죄기’ 빌미를 제공, 경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위기 맞물려 괴소문 급증 =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산은 본점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두산그룹 자금난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과도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특정 그룹에 대한 국책은행장의 이같은 발언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최근 시장에 떠도는 악성루머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전국 검찰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악성 유언비어 유포 등 경제위기 조장사범’에 대한 집중단속을 특별지시했지만 악성루머에 따른 폐해는 더욱 늘고 있다. 악성루머는 지난 7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설 위기설로 곤욕을 치른 이래 10월 대림산업, 11월 GS건설, 두산그룹, 금강기획 등 회사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난무하고 있다.

중견건설사 우남건설은 29, 30일 충남 공주시 신금지구에서 ‘우남퍼스트빌’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공정설명회’를 연다. 우남건설은 이날 공사 현장을 직접 보여주고 공정과정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 회사가 굳이 공사중인 아파트단지에서 설명회를 연 것은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설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업체 대림산업과 GS건설, 대주건설 등은 11월 들어 잇달아 악성루머 유포자 수사를 요청했다. 이들 회사는 시중에 떠돌고 있는 회사의 부도설과 자금난, 임금체불 등 괴소문의 진원지를 밝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기업들 신인도 하락, 주가 직격탄 = 기업과 관련한 괴소문은 ‘사실과 상관없이’ 나와 대외신인도와 브랜드가치 하락은 물론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두산그룹은 11월 들어 자금난 위기설이 나오면서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27일 오후에야 두산과 두산중공업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두산그룹이 이날 오전 ‘2008년 두산 경영실적 및 예상’ 자료를 통해 해명한 이후에야 자금위기설이 진화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지난 7월 악성루머로 인해 대우건설 등 그룹 관련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회사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악성루머에 시달린 GS건설도 지난 3월 15만원대에 이르던 주가가 최근 장중 4만원이 붕괴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현실 가능성 없는 악성루머일 뿐’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주가 회복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지난 10월20일에는 5대 건설사 가운데 한 곳인 대림산업도 화의신청이 임박했다는 등의 루머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우량주로 분류되던 대림산업은 9월 하순 6만원대였으나 루머에 시달리며 3만1000원으로 내려앉았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