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괴소문(루머)에 의한 폐해는 금융권이 더 심각하다. 대외신인도를 생명으로 한다는 점에서 근거없는 악성루머는 금융기관들에는 치명적이다. 일단 전혀 근거없는 루머라고 해도 그 자체로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금융기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최근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이 위축되면서 근거없는 악성루머들이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이같은 루머는 1금융권과 2금융권을 가리지 않고 떠돌고 있어 위험성을 더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이 근거없는 악성루머의 가장 큰 피해자다. 최근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은행을 괴롭혔지만 하나은행의 건전성은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외국 전망기관들이 국내 은행의 최대 약점으로 꼽고 있는 예대비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만 봐도 8월 말 현재 112.5%로 은행권 평균(123.4%)보다 낮다. 예대율이 낮은 것은 그만큼 자산운용이 건전하다는 뜻이다. 현실은 이런데도 근거없는 루머로 인해 하나금융그룹 주가는 한때 3만원대에서 2만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봤다.

최근에는 신한은행이 인터넷에 엉뚱한 사진 한 장이 나돌아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상가 건물에 입주해 있는 신한은행 지점이 임대료를 2개월이나 연체했다며 임대료를 못내면 나가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린 사진이었다. 지난 2002년 상가의 일부만을 낙찰받은 건물주가 권리가 없음에도 신한은행측에 지점 임대료를 내라며 일방적으로 플래카드를 내건 장면이었다. 해프닝으로 끝난 6년 전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측은 누군가 고의로 은행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유포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지만 손 쓸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2금융권은 더 심각하다. 자금난이 겹치면서 부도설까지 나돌고 있다. A캐피탈은 지난달 1차 부도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최대 업체인 현대캐피탈도 최근 근거없는 자금악화설에 시달렸지만 해외에서 1억5000만달러가 넘는 크레디트라인을 받을 정도로 탄탄한 재무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임대환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