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루머가 일부 유명인을 넘어 기업들에까지 해악을 미치고 있지만, 그 근원을 추적하기는 쉽지 않다. 고 최진실씨 ‘사채설’과 일부 건설회사 ‘유동성 위기설’ 유포 경위를 추적하는 경찰 수사도 난항을 겪고 있다. 악성 루머가 입에서 입으로, 또는 기록이 남지 않는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전해지는 특성 때문이다.

◆진척 없는 기업부도설 수사 = 대림산업은 10월14일 시중에 자사의 유동성 위기설을 퍼뜨린 범인을 찾아달라고 서울 종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미 한달 보름이 지났지만, 경찰은 현재까지 이렇다 할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증권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M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루머가 확산된 것으로 보고, 이 회사 인터넷 서버까지 분석했지만 최초 유포자는 찾아내지 못했다. 메신저를 통해 증권사 직원과 고객이 주고받는 대화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저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서버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는 한 최초 유포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GS건설도 지난 24일 유동성 위기설을 유포한 사람을 처벌해 달라고 남대문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이 역시 별다른 진척이 없다. 경찰은 다음주쯤 고소인 조사를 하고 수사를 본격화한다는 입장이지만, 대림산업의 전례로 볼 때 큰 성과를 기대하긴 무리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기업들도 꼭 범인을 잡겠다기보다는 악성 루머가 더 퍼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찌라시 수사’도 미완 = 서초경찰서의 최진실씨 사채설 및 증권가 사설정보지(찌라시) 수사도 최초 유포자와 근원지를 규명하지 못한 채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의 사채설을 인터넷 카페에 올려 ‘루머 유포자’로 지목됐던 전직 증권사 직원 백모(여·25)씨와 그 주변 인물들을 조사했으나, 이들 모두 최초 유포자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