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AM7 스타기자가 간다’ 두번째 주자인 가수 박기영(오른쪽)이 18일 오후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소설가 신경숙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M7 스타기자가 간다’의 두번째 스타기자로 나선 ‘마지막 사랑’의 가수 박기영씨와 최근 장편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펴내 다시금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작가 신경숙씨의 만남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소설과 노래를 통해 이미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만나자 마자 서로를 정겹게 끌어안은 뒤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얘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엄마’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올 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신경숙씨는 “오늘의 우리들 뒤에 빈껍데기가 되어 서 있는 우리 어머니들이 이루어낸 것들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라며 “그 가슴 아픈 사랑과 열정과 희생을 복원해보려고 애썼을 뿐이다”고 말했다. 신경숙씨는 또 “이로 인해 묻혀 있는 어머니들의 인생이 어느 만큼이라도 사회적인 의미를 갖기를 바라는 것은 작가로서의 소박한 희망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18일 오후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진행된 일문일답.

―먼저 선생님의 일상이 궁금한 데 AM7 독자들을 위해 평소엔 어떻게 보내시는 지 말씀해주세요.

“보통 새벽 2~3시면 잠자리에서 일어나요. 글을 쓴다든가 책을 보는 작업들을 하는데 새벽이나 아침 시간이 이런 작업들을 하는데 저한텐 잘 맞아요. 이번에 책이 출간된 뒤로 강연회 등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일정이 오후에 잡혀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3년전부턴 아침엔 반드시 요가를 하고 있어요. 요가를 하고 난 뒤로 몸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데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어깨나 목이 결리기도 하고 두통까지 있었는데, 요가를 한 뒤엔 이런 증상들이 말끔히 사라졌어요. 평상시에 오후엔 개인 일정을 소화합니다. 주로 사람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눠요. 40대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게 즐겁고 좋아요.”

―글을 쓰는 게 힘드시진 않나요?

“어느 순간 글을 쓰는 것 외에는 그 무엇도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게 행복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어요. 물론 글을 쓰면서 힘들 때가 많아요. 하지만 힘들기만 했다면 25년동안이나 글을 써왔겠어요 소설을 통해 모르는 사람과 소통하고 장벽을 걷어내게 돼요. 문학이라는 것은 끌어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해요.”

―이 작품은 어머니와 가족을 주제로 한 것인데 선생님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인가요?

“제가 이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어머니가 해준 것을 저는 3분의 1도 할 수 없을 것같아요. 때론 어머니의 존재가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데,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저변에는 제가 해낼 수 없는 것을 해낸 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 작품을 시작하면서 작품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던 어느날 ‘어머니’를 ‘엄마’로 고쳐봤어요. 그랬더니 마치 거대한 파도가 제 가슴 속으로 밀치고 들어오는 것처럼 모든 이야기들이 솟아났습니다. 신기한 일이 벌어진 것이었지요. ‘엄마’라는 말이 갖고 있는 헤아릴 수 없는 ‘정서’들이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게 한 것 같아요. 마무리 할 땐 벅차기도 했어요. 마치 장벽이 제 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깐요. 하지만 엄마라는 두 글자가 그런 장벽을 허물어트리는 것 같았어요. 제가 엄마를 존경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엄마가 특별한 학식을 갖춘 분은 아니지만 인간에 대해 얘기할 땐 매우 정확하게 말한다는 점이에요. 엄마는 사람에 대해 말할 땐 한번도 틀리게 얘기한 적이 없었어요. 제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말씀을 많이 합니다.”

―이 작품은 선생님의 6번째 장편소설인데 이렇게 소설을 계속 쓸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십니까?

“문학이 좋아요. 문학이 오늘의 저를 있게 했어요. 문학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이해하게 될 수 있었으니까요. 소설속 주인공들이 행복하느냐 안하느냐를 떠나 글을 쓰고 있는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노래하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게 행복해서 노래하는 것처럼 글을 쓰는 일이 저를 행복하게 하니까 계속 글을 씁니다. 또 쓸 때마다 느끼는 행복의 감정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도 글쓰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행복하다는 감정과 엄마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 부끄럽고 수줍은 마음도 들었어요.”

―소설 첫 장과 마지막 장을 이끌어가는 큰딸의 직업은 작가인데요.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는 내밀한 이야기를 쓰면서 힘들지는 않았나요?

“어느 때부터인가 작품이 잘 풀리지 않으면 엄마에게 전화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시골에 계시는 엄마를 통해 도시에 살고 있는 제가 모르는 것들을 알수 있어서지요. 작품을 엄마와 함께 쓰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이런 이유로 엄마가 저의 이야기의 원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 딸의 직업이 작가라는 것을 굳이 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입니까?

“‘엄마를 부탁해’라는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잃어버렸다는 것은 찾을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엄마는 아플 수도 죽을 수도 없는 그런 존재아닌가요 지난 겨울 거의 삼십년만에 제 집에서 엄마와 보름쯤을 같이 보냈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새벽마다 엄마가 주무시고 계신 방에 건너가봤는 데 엄마는 항상 깨어있으셨어요. 천장을 보고 누워서 도란도란 옛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완벽에 가까운 행복감을 느껴습니다. 엄마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엄마의 인생을 인정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들도 더 늦기 전에 저처럼 엄마와 그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더나아가 사회 전체가 행복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주제로 작품을 쓰실 생각이십니까?

“세가지 주제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먼저 존재론적 사랑에 관한 얘기를 쓰고 싶어요. 장만옥이 주연한 영화 ‘화양연화’처럼 몇번을 봐도 새롭게 느껴지는 그런 존재론적 사랑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은 것이지요. 또 어느날 갑자기 앞을 못보게 된 사람의 이야기도 앞으로 쓸 예정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비밀입니다(웃음).”

―제가 가수인데, 대중음악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신지요.

“물론 관심이 많아요. 저는 작품을 쓰면서 작고한 배호 선생님의 노래를 많이 들어요. 어린 시절 엄마 입에서 흥얼흥얼 나오는 배호 선생님의 노래를 듣고 자랐거든요. 배호 선생님의 노래를 들으면 당시의 상황도 읽을 수 있고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올라요. 가사엔 통속적인 내용만이 아니라 시대를 정확히 짚어내는 내용도 담겨있거든요. 작품을 쓸 때 제가 쓴 문장을 읽어보고 수정하기도 합니다. 문장 속에 노래의 느낌이 들어가도록 말입니다. 가끔 엎드려 자다보면 저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때 묘한 기분이 들어요. 노래나 글에 이런 느낌이 스며들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인터뷰=박기영 스타기자
정리 =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
사진 =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 신경숙은 누구인가?

1963년 1월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6학년 때야 겨우 전기가 들어올 정도의 시골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난 신경숙씨는 산업체 특별학교를 거쳐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문예중앙에 중편소설 ‘겨울 우화’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1993년 장편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를 출간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장편소설 ‘깊은 슬픔(1994)’, 외딴 방(1995)’, ‘기차는 7시에 떠나네(2000)’, 창작집 ‘아름다운 그늘(1995)’, ‘오래 전 집을 떠날 때(1996)’, ‘딸기밭(2000)’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특유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문체로 인물들을 아름답게 형상화해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엔 6년동안의 긴 침묵을 깨고 장편소설 ‘리진’을 출간해 큰 인기를 모았다. 한국일보문학상(1993),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1993), 현대문학상(1995), 만해문학상(1996), 동인문학상(1997), 한국소설문학상(2000), 21세기문학상(2000), 이상문학상(2001), 오영수 문학상(2006)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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